커쇼에게 없는 딱 하나, 가을 DN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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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오른쪽)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서 7회 말 세인트루이스 맷 애덤스에게 역전 3점 홈런을 맞은 뒤 자책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로이터=뉴스1]

세계 최고의 투수라는 클레이튼 커쇼(26·LA 다저스)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타선에 또 무너졌다. 홍관조(cardinal)를 노리던 날카로운 ‘발톱(the claw·커쇼의 별명)’이 허망하게 부러진 것이다. 다저스는 카디널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에서 1승3패로 졌다. 다저스의 가을야구가 끝났고, 류현진(27)의 시즌도 마무리됐다.

 다저스는 8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NLDS 4차전에서 2-3으로 역전패했다. 카디널스는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7전4승제)에 올랐다.

 이날 선발로 나선 커쇼에겐 부담스러운 등판이었다. 그는 지난 4일 1차전에서 6과3분의2이닝 8피안타 8실점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돈 매팅리(53) 다저스 감독은 커쇼에게 사흘 휴식만 주고 또다시 마운드에 올렸다.

 커쇼는 6회까지 완벽했다. 삼진 9개를 빼앗으며 카디널스 타선을 압도했다. 다저스 타선이 6회 초 2점을 뽑았지만 커쇼가 7회 말 무너지고 말았다. 맷 할러데이와 조니 페랄타에게 연속 안타를 맞은 뒤 맷 애덤스에게 3점포를 얻어맞았다. 커쇼는 1차전에서도 7회에만 6실점하며 무너진 바 있다. 두 차례나 ‘악몽의 7회’를 겪은 커쇼는 “나 때문에 졌다. 뭐라 표현할 수 없다”며 자책했다.

 커쇼는 올 시즌 등 부상으로 한 달 공백이 있었지만 리그 다승왕(21승3패)을 차지했다. 평균자책점(1.77)은 4년 연속 내셔널리그 1위다. 최고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상은 물론 야수들에게 주로 돌아가는 최우수선수(MVP) 유력 후보로 꼽힌다. 다저스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커쇼와 7년간 2억1500만달러(약 2300억원)의 계약을 했다. 커쇼는 메이저리그 사상 처음으로 연평균 3000만달러를 받는 투수가 됐다.

 그러나 가을에 카디널스만 만나면 꼬인다. 커쇼는 지난해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에서 6이닝 2안타 1실점(비자책)했으나 팀이 0-1로 져 패전투수가 됐다. 2승3패로 몰린 6차전에서는 4이닝 7실점하면서 카디널스에게 월드시리즈 진출권을 내줬다.

 올해는 한 단계 아래인 디비전시리즈에서 카디널스를 만났다. 결과는 지난해처럼 2패만 떠안았다. 카디널스에게 포스트시즌 4연패를 당했다. 손혁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커쇼가 못 던진 게 아니라 카디널스 타선이 끈질겼다. 평소와 달리 짧고 정확한 스윙으로 커쇼를 괴롭힌 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매팅리 감독에게 성토가 쏟아졌다. LA타임스는 “커쇼가 사흘만 쉬고 나왔다. 6회까지 94개를 던졌고, 2-0으로 앞섰을 때 마운드에서 내려와야 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7일 3차전에서 6이닝 1실점 호투를 보여준 류현진도 더 던질 기회를 잃었다. 올 시즌 어깨와 엉덩이 부상으로 두 차례 부상자 명단에 올랐지만 류현진은 정규시즌에서 14승7패, 평균자책점 3.38의 준수한 성적을 냈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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