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업종] '과징금 폭탄' 반응은 덤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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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공정거래위원회가 KT에 대해 단일 기업 사상 최대인 1159억원의 과징금을 물리기로 했지만 26일 증시에서 KT 주가는 100원(0.25%) 떨어진 데 그쳐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예상했던 1000억원선보다 과징금 액수가 컸지만 일회성인데다 KT의 기업가치(펀더멘털)에 큰 영향은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과징금 24억원을 내야 하는 하나로텔레콤도 0.2% 하락에 그쳤고, 14억8000만원을 부과받은 데이콤은 오히려 1.7% 올랐다.

동원증권 양종인 연구원은 "KT 주가는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방침이 알려진 3월 말에 이미 조정을 겪었다"며 "주당 1000원선의 중간배당 등 배당주로서의 매력이 부각돼 추가 하락을 막았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김성훈 연구원도 "이번 과징금의 규모는 큰 편이지만 KT 시가총액(약 11조3000억원)의 1%에 불과하다"며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1% 정도에 그치는 것이 정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유선통신업종의 향후 영업 전망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탓이다. 동원증권이 이날 관련 업종에 대해 '중립'의견을 제시하는 등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는 증권사가 많은 편이다.

양종인 연구원은 "정통부가 후발 통신사업자를 배려하는 입장이었다면 공정위 규제는 경쟁을 촉진하자는 것"이라며 "경쟁이 치열해지면 포화된 시장에서 마케팅 비용이 추가로 들어 통신사업자들의 수익성이 나빠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게다가 올해 하반기에는 초고속 인터넷 망 사업자인 파워콤이 일반 고객을 상대로 직접 소매업에 나서는데다 케이블TV 사업자들이 유선전화보다 사용료가 저렴한 인터넷전화 사업을 시작하는 것도 기존 유선통신업계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우증권은 "일시적으로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준 것이지만 KT의 경우 수익이 꾸준해 하반기부터는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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