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경찰이 철거민에 새총 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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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경기도 오산시 세교택지개발지구 철거민들이 40여 일째 농성 중인 가운데 경찰이 철제 새총을 만들어 이들에게 쏜 사실이 드러났으며 이에 따라 경찰은 지휘 책임을 물어 화성경찰서의 윤성복 서장과 박종규 경비교통과장을 직위해제했다.

경기 경찰청은 26일 "세교지구 우성빌라 5층에 망루를 설치하고 경찰과 대치 중인 철거민들을 향해 경찰이 새총으로 골프공 등을 발사했다는 한 시민단체의 주장에 따라 감찰 조사를 벌인 결과 사실로 확인됐으며, 경찰 간부의 지시로 새총을 만들었다는 진술도 받았다"고 밝혔다.

감찰 조사 결과 이들은 쇠파이프로 V자 모양(높이 1m.폭 50㎝)의 철제 새총을 만든 뒤 철거민들이 있는 우성빌라를 향해 골프공을 쏜 것으로 확인됐다. 감찰 조사에서 이들은 "새총을 철거민들이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모양으로 만들어 3~4차례 발사했으며, 이는 철거민들이 갖고 있는 골프공 등 시위용품을 소진시키기 위해 사용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오산자치시민연대'는 "경찰이 이달 초부터 최근까지 한밤중이면 우성빌라를 향해 골프공과 쇠로 만든 너트 등을 수시로 쏴 철거민 세 명이 머리 등 부상을 입었고 창문도 깨졌다"고 주장했다. 또 "다친 철거민들이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의사에게 경찰의 위법 사실을 알렸으며, 관련 사진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사진에는 정복을 입은 전투경찰관 두 명과 사복 차림의 경찰관 한 명이 함께 새총을 겨누고 있었고, 주변에는 경찰 지휘관으로 추정되는 두 명이 이들을 지켜보는 모습이 잡혀 있다.

오산=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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