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욱, 어디서·어떻게·왜 사라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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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어디서, 어떻게,왜?'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이 1979년 프랑스 파리에서 의문의 실종을 당한지 26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그의 실종을 놓고 수 많은 의문이 제기돼 왔다. 김 전 부장이'실제로 사망을 했는가'에 대한 의문도 풀지 못했지만, 그의 죽음을 전제로 '마피아에 의한 살해설'과 '일본 납치 살해설'등 소문도 떠돌았다.

최근에는 '김형욱 암살에 실제 참여했다'고 주장하는 한 중앙정보부 공작원 출신의 증언을 바탕으로 '프랑스 파리 인근 양계장 살해설'이 제기됐고, 이후 비밀해제된 美국무부 비밀분서를 근거로 '사우디 납치 살해설'도 급부상했다.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의 죽음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주장들은 다음과 같다.

◇ 시사저널 "파리 교외 양계장서 살해"= 지난 4월 주간지 시사저널은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이 프랑스 파리 교외의 양계장에서 닭 사료 분쇄기에 넣어져 끔찍하게 살해됐다"고 주장했다.

시사저널은 당시 김 전 부장 암살에 참여했다는 중앙정보부 특수비선공작원 출신 이모씨의 증언을 바탕으로 "김 전 부장이 파리의 한 레스토랑에서 납치된 뒤 파리 교외 양계장의 분쇄기에 넣어져 닭 모이로 처리됐다"고 보도했다.

잡지에 따르면, 당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에 파견돼 특수 암살훈련을 받은 이씨 등은 1979년 10월 7일 밤 파리의 한 카지노에 딸린 레스토랑 앞에서 술에 취한 김 전 부장을 마취시켜 파리 북서쪽 4km 외곽의 한 양계장으로 데려가 살해했다. 잡지는 "이들이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양계장 사료 분쇄기를 택했다"고 보도했다.

◇ 美 국무부 문서"파리 아닌 사우디서 실종"= 최근 비밀해제된 미국 국무부 문서 '주간 동향 보고서 한국판'은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종적을 감췄고, 실종 시점도 1979년 10월 7일이 아니라 10월 9일인 것 같다"고 밝히고 있다.

미 국무부가 1980년 2월 29일 주한 미 대사관에 보낸 이 문서에 따르면, 김 전 부장은 한인 남성 한 명과 79년 10월 9일 파리를 떠나 스위스 취리히를 경유해 사우디아라비아 다란에 갔다.

보고서는 이어 "그러나 거기서부터는 행적이 묘연하다"고 적고 있다. 이는 "중정 특수공작원이 파리 외곽 양계장에서 분쇄기로 살해했다" 등의 김씨 프랑스 살해설을 부정하는 것이다.보고서는 "일본 정부가 파리 경찰을 상대로 김씨 실종 사건 정보를 끈질기게 요구해 얻어낸 결과를, 워싱턴 주일대사관이 우리(국무부)에게 전해왔다"고 밝히고 있다.

또 "프랑스 경찰은 어쩔 수 없이 수사를 종결했다"고 밝혀, 당시 프랑스 경찰이 김씨의 실종 사건을 상세히 조사했음을 암시했다.

이에 대해 김씨 사건을 조사 중인 오충일 국정원 과거사위원장은 "그런 문서의 존재 사실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 김 전 부장 며느리"한국으로 납치돼 살해"= 미국 뉴저지주 알파인에 살고 있는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의 맏며느리 김경옥(49)씨는 지난 3월 "시아버님이 한국으로 납치돼 피살됐다는 얘기를 남편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남편뿐만 아니라 시어머니도 아버님이 서울에서 돌아가신 것으로 믿고 있다"면서 "숨진 남편은 '이모씨(실종 사건 당시 파리대사관 공사)가 모든 일을 다했다'고 말하곤 했다"고 주장했다.

◇ 기타= 지난 3월 한겨레 신문은 전직 국정원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김형욱 전 중정 부장은 당시 중정이 마피아를 통해 청부 살해했다"고 보도했다. 김 전 부장의 회고록을 집필했던 김경재 전 의원은 "김 전 부장이 청와대 지하실에서 차지철 전 대통령 경호실장에 의해 살해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김형욱 실종 당시 모 언론사 파리주재 특파원을 지낸 박모(71) 씨는 "김형욱은 당시 파리주재 한국대사관 고위 인사들이 외국의 살인청부업자에게 시켜 살해한 뒤 센 강에 시체를 버린 것으로 알고있다"고 증언했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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