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숭례문'시민 곁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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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일반에 개방되는 숭례문 광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로써 시민들이 숭례문 앞까지 다가갈 수 있게 됐다. 박종근 기자

국보 1호인 숭례문 주변에 조성된 녹색광장이 공사를 마치고 27일 모습을 드러낸다,

서울시는 "무분별한 도시계획으로 주변이 훼손된 숭례문의 주변 차도를 광장으로 조성해 27일 일반에 개방키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총 면적 2480평으로 시청 앞 서울광장의 60% 규모인 숭례문 광장은 남측 차로가 있던 자리에 잔디와 수목을 심어 소공원을 만들고 시민들이 숭례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인도를 설치했다. 주변 남대문시장,북창동,염천교 등으로 이어지는 횡단보도 5개도 함께 설치된다.

◆ 100년 만에 시민 품으로=태조 7년인 1398년 건조된 숭례문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이다. 국내에 현존하는 성문으로는 가장 큰 규모로 1962년 국보 1호로 지정됐다. 본래 서울의 남쪽을 지키는 정문이었으나 일제 강점기 도시계획에 의해 주변이 훼손되면서 도로 한가운데 고립된 섬처럼 남게 됐다.

시 관계자는 "숭례문이 언제부터 고립됐는지는 정확한 기록이 없지만 1907년 일본 왕세자가 서울에 왔을 때 '대일본 왕세자가 머리를 숙이고 문루 아래를 지날 수 없다'며 숭례문과 연결된 성곽을 헐고 도로와 전찻길을 냈다는 기록으로 미뤄 이때부터 사실상 출입이 제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광장이 생기고 인도가 개방되면 100여 년 만에 일반인이 숭례문 곁으로 다가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시는 숭례문의 원형 보존을 위해 일정 구역 안으로는 출입을 제한키로 하고 이달 말까지 숭례문에 대한 정밀 실측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내년 1년간은 조사결과에 따라 유지.보수 공사를 한 후 문화재청과 협의해 장기적인 복원 계획도 마련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광장 조성이 서울의 상징적 관문인 숭례문의 역사성을 되살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광화문에서 숭례문까지 걸어서=숭례문 광장 조성으로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도심 보행벨트 축'도 완성된다. 지난해 5월 서울광장 주변 횡단보도와 지난 달 광화문 네거리 횡단보도 설치에 이어 숭례문 주변 횡단보도가 개통되면 서울의 중심가로인 광화문~서울광장~숭례문~서울역에 이르는 보도가 연결된다. 태평로와 남대문로 양측 보도도 최근 확장공사를 끝내고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시는 문화재청이 검토중인 광화문 이전이 결정되면 광화문 앞에도 광장을 만들 계획이어서 서울 도심에 녹지와 보행로는 더 확장될 전망이다.

임동국 건설안전본부장은 "광장 조성으로 녹지가 확장되고 보행 환경이 대폭 개선되면서 도심의 주요 문화재와 시립 미술관 등의 문화시설은 물론 남대문시장, 남산까지 한걸음에 둘러볼 수 있는 관광코스가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하 기자 <insight@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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