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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희롱 말리자 남학생이 폭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요즘엔 교육의 사회화로 학교가 많이 개방되고 있다. 특히 시골의 국민학교는 방학중에도 중학생에서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많은 학생들이 교실을 빌어 공부하고 있는데, 이는 마치 도서실을 연상케 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흐뭇한 마음을 갖게 한다. 그러나 관리상의 문제점도 없지는 않다.
지난 여름방학 때의 일이었다.
그날도 역시 교무실 바로 옆의 교실을 개방하여 학생들을 공부하게 했다. 나도 교무실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데 점심시간이 거의 다 되어갈 무렵 교실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서 가 보았더니 책을 펴놓고 공부하고 있는 한 여고생주변에 3명의 남학생이 서서 여학생을 괴롭히고 있었다. 그래서 주위 학생들에게 방해가 되니 공부하러 오지 않았거든 나가달라고 했더니
『아가씨가 뭐요?』
『왜, 내가 오늘 학교관리를 맡은 일직교사야. 뭐가 잘못 되었니?』
『선생 좋아하네. 국민학교 선생이 그렇게 대단한 줄 알아요.』
『뭐라고!』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할 말을 잊고 멍하니 쳐다보다가 교무실로 와 버렸다. 하루종일 기분이 언짢아 일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퇴근 무렵에 그 남학생이 찾아 와 진심으로 사과하기에 그래도 못 가르치지는 않았구나 하고 자위했다. 하지만 가슴 한구석이 빈듯한 느낌은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어떤 학부모가 아동을 전학시켜 가면서 자식의 친구들을 위해 공책을 1권씩 나누어주고 간 일도 있었지만, 대개의 학부모는 『그놈의 선생들이 미쳤지. 또 무슨 체육복을 마춘다고 난리야!』하고 학교의 일에 이해는 커녕 불평부터 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도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그러니 국민학교 학생들도 현재의 담임을 우습게 알고 있는데, 하물며 고등학생들이야 더 말할 나위도 없겠지.
통계자료에 의하면 국교교사의 직위가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고는 하지만 정말 이럴 수가 있을까.
『우리 선생님이 최고』라는 아동들의 글귀만 보고도 감격하고, 또 교사가 되는 것이 장래의 희망이라는 아동의 말을 듣고 보람을 느끼는 우리 교사들의 심정을 누가 헤아릴 수 있을는지….
아동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함께 슬퍼하는 교사들의 순수하고 참된 마음을 사실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여 교원들의 명예에 먹칠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고 바라고싶다. <경남 합천군 합천읍 창동 839의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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