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임말 쓰는 건 한글이 음소글자라 가능한 일이죠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문영호 국립한글박물관 관장(오른쪽)이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박물관의 특징과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서윤, 이하 ‘최’) 국립한글박물관이 설립된 이유와 박물관의 특징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우리나라는 고유의 문자인 한글을 통해 문화를 발전시킨 나라입니다. 교육이나 종교·생활·실용·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글을 십분 활용했으며 최근에는 연구나 예술·산업과 같은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어요. IT 강국으로 거듭난 것도 한글이 컴퓨터 자판 입력에 유용한 구조를 갖췄기 때문입니다. 박물관은 국가 대표 콘텐트로 한글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건립됐습니다. 세종대왕께서 백성과 소통하기 위해 한글을 만드신 것처럼, 여기도 한글 관련 전시와 체험, 동아리 모임처럼 다양한 방식의 소통이 이뤄지는 공간이죠.”

―(한명준, 이하 ‘한’) 요즘 학생들이 기존 단어의 초성만 따서 줄임말을 만들거나 외국어가 섞인 신조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기존 단어의 초성이나 중성을 따서 줄임말을 만드는 것은 한글이 자음과 모음이 분리된 음소글자여서 가능한 일입니다. 저는 이런 현상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래 언어는 변하면서 살아남는 것입니다. 다만 상대방이 신조어를 알아듣지 못할 경우 문제가 되겠죠. 의사소통을 위해 언어가 탄생했는데 의사소통 자체가 불가능하면 좋지 않으니까요. 언어는 문화와 예술을 담는 그릇인데, 이 그릇이 제 역할을 못한다면 곤란하겠죠. 때와 상황에 맞게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 다른 언어들과 비교했을 때 한글에는 어떤 장점이 있나요.

“일본에서 사용하는 문자인 가나의 경우 글자 하나가 한 개의 소리만 나타낼 수 있어 표현에 한계가 있습니다. 한글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소리의 특징이 글자꼴에 반영돼 있는 자질문자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가장 발달한 단계의 문자라 할 수 있어요. 거의 모든 언어를 문자로 표현할 수 있답니다.”

―(한) 향후 국립한글박물관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설명 부탁 드립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한글이라는 단일 주제를 다루는 박물관이기 때문에 문자로서의 한글, 다양한 문화적 관점에서 한글을 조망하는 전문 박물관으로 거듭날 예정입니다. 전례가 없는 박물관인 만큼 새로운 시도에 나서려고 해요. 옛 문헌과 현대의 영상을 결합하고, IT 기술을 활용한 전시 연출 등을 선보이는 것이죠. 또 기부 받은 한글 자료를 대중에게 공개하고 박물관 공간을 국민들과 함께 공유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박물관 문화를 이루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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