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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진 "고교 코트는 싱거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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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미국의 농구 전문 인터넷 사이트인 NBA드래프트닷넷(www. nbadraft. net)의 이번주 에디션에는 색다른 섹션이 눈에 띈다.

이 섹션은 "현재 검토 가능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매우 앞당겨 예상해 봤다"는 전제가 붙어있지만 한국의 고교 3년 센터 하승진(2m20㎝.삼일상고)이 전체 드래프트 8순위로 시카고 불스의 유니폼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섹션이 전하는 메시지는 ▶미국에서 하승진은 이미 잘 알려진 유망주고 ▶따라서 본인이 원하고 있는 한 미국프로농구(NBA) 진출은 기정사실이며 ▶전체 8순위에 해당할 만큼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점 등이다.

25일 NBA '올해의 신인'으로 선정된 피닉스 선스의 스타더마이어는 전체 7순위로 지명된 선수다.

하승진은 25일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협회장기 결승전에 출전, 고공농구를 선보였다. 승부가 일찍 기울어 2쿼터 3분 만에 교체됐지만 힘들이지 않고 슬램덩크를 터뜨리거나 리바운드를 속공으로 연결하는 등'기본기'를 보여줬다.

하승진은 16득점했고, 삼일상고는 제물포고를 1백14-92로 물리치고 최근 5개 대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여고부 결승에서는 법성상고가 은광여고를 69-60으로 물리쳤다.

졸업반인 하승진을 놓고 대학농구의 양대 명문 연세대와 고려대가 스카우트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연세대행이 유력하다는 정보가 나도는 가운데 고려대의 이충희 감독은 괌 전지훈련도 포기하고 대회기간 내내 장충체육관에 나와 하승진의 경기를 지켜봤다.

이감독은 "NBA에서 뛰고 있는 야오밍보다 훨씬 뛰어난 선수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승진의 아버지 하동기씨는"어느 학교든 승진이의 미국행을 보장해줬으면 한다"는 희망을 밝혔다.

물론 아직도 하승진의 가능성을 반신반의하는 농구인도 있다. 한 대학 감독은 "하승진이 물러난 후 삼일상고의 볼 흐름이 오히려 좋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종료 5분여를 남기고 1백1-82로 앞선 가운데 다시 기용된 하승진이 코트를 왕복하는 스피드에 대해서는"서장훈(프로농구 삼성)보다 빠르다"고 칭찬했다.

하승진 본인은 대학 진학 문제에 대해 "아버지에게 물어라"고 슬쩍 피했고, 미국 진출에 대해서는 "존 킴(미국 SFX의 국내 에이전트)과 상의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이날 SFX의 실무자가 비디오 촬영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하승진은 "테스트를 의식하면 좋은 플레이가 나오지 않는다"는 말로 NBA를 향한 집념을 드러내기도 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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