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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그룹, 성장 단계별 맞춤 펀드 400억원, 잠재력 갖춘 기업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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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출범한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외환은행 통합법인 직원들이 김정태 회장(뒷줄 왼쪽에서 다섯째)의 방문을 환영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사진 하나금융그룹]

지난해 12월 20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연 금융인 오찬 간담회.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융합창조 패키지형 벤처지원 모델’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한다.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벤처기업에 단순히 자금을 지원하는데 그치지 말고 성장 단계별로 대기업과 금융회사가 나서 경험을 전수하자는 얘기였다.

김 회장의 제안은 말로 끝나지 않았다. 하나금융그룹은 창업 초기 자금 투자에서 상장까지 성장 단계에 따라 맞춤형 지원을 하는 펀드를 조성하자고 정부에 먼저 제안을 했다. 5개월 뒤 김 회장의 구상은 현실이 됐다. 올 5월 하나금융그룹은 SK텔레콤, 성장사다리펀드와 손잡고 400억원 이상 규모 ‘스타트업 윈윈펀드’를 만들었다. 하나금융그룹은 펀드 자금 지원은 물론 경영·재무 평가와 성장 단계에 맞춘 금융 컨설팅을 제공키로 했다. 지난달 게임회사 ‘폴리곤게임즈’에 20억원을 투자하며 ‘스타트업 윈윈펀드’는 가동에 들어갔다.

‘신뢰 받고 앞서 가는 글로벌 금융그룹’. 올 1월 하나금융그룹이 내놓은 비전이다. 그룹 관계자는 “시장의 변화 과정에서 기회를 선점하고 세계 시장에서 신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해 글로벌 플레이어의 대열에 합류하겠다는 목표”라고 설명한다. 비전을 현실로 바꿔나갈 하나금융그룹의 양대 전략은 기술금융 확대와 세계 시장 진출이다.

하나금융그룹은 기술형 중소기업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담보와 자금, 경험이 부족하지만 잠재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발굴해 키워내는 기술금융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다. 기술형 중소기업에 대한 하나금융그룹의 투자는 ‘스타트업 윈윈펀드’를 비롯해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나은행은 올 7월 심사부 안에 기술신용정보 심사팀을 만들었다. 기술신용평가(TCB)를 전담하는 조직이다. 또 하나은행은 지난달 영세 중소기업과 개인 사업자를 위한 5000억원 한도 대출 상품인 ‘하나 중소기업 행복나눔대출’을 선보였다. 이달 초엔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에 우대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하나 Tech론’을 출시했다. 유망 벤처기업에 직접 지분 투자를 하거나 3년 이상 장기로 대출을 해주고 경영 컨설팅까지 제공하는 ‘관계형 금융’도 확대하고 있다. 담보가 있어야 대출을 해주는 기존의 중소기업 대출 관행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다.

기술 중소기업에 대한 하나은행의 투자는 실적에서도 잘 드러난다. 올 8월말 현재 기술신용평가에 기반한 대출 실적은 127건으로 총 1004억원에 달한다. 은행 자율로 한 대출 실적만 따져도 47건, 474억원이 이른다.

하나은행은 기술평가를 기반으로 한 대출을 앞으로 더 늘려나갈 방침이다. 김 회장은 지난달 5일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창조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기술형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그룹 차원에서 대출을 확대해 나가겠다. 특히 담보와 자금이 부족한 중소·벤처기업을 위해 기술신용평가기관의 기술신용평가서를 바탕으로 한 대출을 활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세계 무대에서도 영역을 확장하는 중이다. 2025년까지 해외 부문 수익 비중을 4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 아래서다. 중국과 인도네시아 같은 거대 신흥시장에선 ‘하나-외환’ 합병 효과가 클 것으로 하나금융그룹은 기대하고 있다. 세계화와 기업금융, 외환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외환은행과 소매금융, 자산관리, 스마트금융에서 앞서 있는 하나은행의 장점이 상호 보완 가능하다는 분석에 따라서다.

베이징에 본부를 둔 중국하나은행과 톈진에 본부가 있는 중국외환은행은 중국 감독당국 방침에 따라 합병 절차를 밟고 있다. 올 10월이면 통합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하나금융그룹은 통합 은행을 2025년 중국 내 ‘톱 5’ 외자은행 자리에 올려놓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연계 영업과 점포 확대, 현지화한 상품 개발 등에 나설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하나은행 법인과 외환은행 법인은 올 3월 합병 절차를 마무리했다. 통합 효과는 쏠쏠했다. 하나은행 법인은 달러 자금에 여유가 있고 인도네시아 현지 화폐(루피아) 재원이 부족했다. 외환은행 법인은 반대로 달러가 모자라고 루피아가 넉넉한 상태였다. 통합 후 서로의 여유 자금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70억원(연간 기준)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합병 전과 비교해 당기순이익이 42.2% 늘어나는 효과가 났다. 하나금융그룹은 외환은행과 연계해 아랍에미리트(UAE),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같은 신흥시장은 물론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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