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산 꼭대기 작은 오두막…누가 살고 있을까?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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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발을 헛디디면 떨어질 것 같은 아찔한 산 정상에 작은 오두막 한 채가 서 있다. 뭐하는 곳일까?

동화 속에 나올 법한 이 외딴집은 산악인들을 위한 쉼터다. 이탈리아의 유명 산악가 루카 브에리치(Luca Vuerich)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는 얼음폭포를 등반하던 중 산사태를 만나 34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이 오두막의 이름도 그의 이름을 따서 '캠핑 루카 브에리치(Camping Luca Vuerich)'다.

이탈리아 알프스 동부 해발 2531미터 포로논 부이즈 산 정상에 지어진 이 오두막은 등반가들에겐 한 번쯤 꼭 들르는 명소다.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세리아 에를로' 등산로 근처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산꼭대기에 누가, 어떻게 집을 지었을까. 브에리치의 가족과 친구 12명이 건축회사 지오반니 페자모스카(Giovanni Pesamosca)의 도움을 받아 완성했다.

열악한 여건 탓에 지상에서 만들어진 건축 자재들을 전부 헬리콥터로 공수해 조립하는 방식으로 집을 지었다.

이 오두막은 알프스의 살인적인 추위를 막는 것을 최우선으로 했다. 울퉁불퉁한 암벽 바닥에 낮은 콘크리트 기둥을 박은 뒤 그 위에 집을 올려 찬 기운이 직접 올라오지 않도록 막았다. 알프스의 추위로 잠을 자다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6제곱미터(약 4.8평)의 작은 크기지만 무려 9명까지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내부는 실속있다. 삼각형 꼴의 벽에는 선반 형태로 침대와 수납공간도 만들었다.

알프스 산 정상, 아찔하지만 절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이곳은 많은 산악인들을 위한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배예랑 중앙일보 온라인 인턴기자 baeyr0380@joongang.co.kr
사진=지오반니 페자모스카 건축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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