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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효부에 이혼 소송 낸 남편…"이혼 청구 자격없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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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자신과 시부모를 모셨던 부인에게 이혼을 요구한 남편에 대해 법원이 “이혼소송을 청구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단독 권양희 판사는 남편 A씨가 아내 B씨를 상대로 낸 이혼소송에서 원고 패소판결 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와 B씨는 1985년 결혼했다. 둘은 결혼 초기보다 평탄치 않았다. B씨를 반대한 A씨의 부모는 두 명의 손자를 보고서야 B씨를 인정해줬다. 결혼 7년차에 접어들어서는 A씨가 수시로 가출했고 연락이 두절되기도 했다. 1997년부터는 아예 B씨를 버려두고 내연녀와 동거하면서 혼외자녀를 낳기도 했다.

A씨의 그런 행동에도 불구하고 B씨는 부인으로서 역할을 다 했다. 2009년 유방암에 걸려 가슴을 절제하고 항암치료를 받는 와중에도 목 디스크로 인한 전신마비로 입원한 시어머니를 간병했고, 2012년 시아버지가 대장암 진단을 받고 입원했을 당시에 수시로 문병을 갔다.

지난해 4월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시아버지가 퇴원한 뒤 A씨는 B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다. “아내의 지나친 자녀교육열로 부부간 다툼이 잦았고, 별거한지 14년이 지나는 등 혼인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는 이유에서였다. B씨는 소송이 진행되던 와중에 A씨의 아버지가 상을 당하자 끝까지 빈소를 지키기도 했다.

재판부는 “배우자에게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부양 의무, 성실의무, 동거의무 등 모든 의무를 저버린 남편에게 그 혼인 파탄의 전적인 책임이 있어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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