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톡! 인터뷰] 'TV소설-분이'의 홍요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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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든든한 친구처럼 곁에서 지켜봐 주는 남자, 불 같은 열정 대신 한결 같은 따스함으로 품어주는 남자, 무엇을 털어놓아도 다 들어줄 것 같은 남자….

탤런트 홍요섭(48.사진)은 그 느낌 그대로 20여년을 지켜온 남자다. 지난 21일부터 방영 중인 KBS-1TV 아침드라마 'TV소설-분이'(극본 김혜린, 연출 정해룡, 오전 8시55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복형의 아들인 정일(김홍표 분)을 사랑하는 여주인공 영분(고정민 분)을 바라보기만 하다가 결국 정일의 아이를 낳고 미혼모가 된 그녀와 결혼하는 태수 역이다. 비록 첩의 자식이란 신분 때문에 삐딱하게 굴기도 하지만 내면엔 따스함을 지닌 의리있는 남자 역할이다.

"지난해 미니시리즈 '고독'을 찍긴 했지만 아침드라마는 SBS '착한 남자' 이후 3년 만이에요. 아침드라마는 불륜을 소재로 하거나 아주 자극적인 내용이 많아 꺼려 왔어요. 우리 딸과 함께 봐도 별로 낯뜨겁지 않을 그런 드라마를 하고 싶었거든요."

'TV소설-분이'는 한국전쟁이 끝나고 난 후 가난했던 1960년대를 배경으로 치열하게 삶을 개척해 나가는 여인의 이야기. 여기에 여러 가지 색깔의 사랑 이야기가 더해진다.

피폐했던 시대 배경 때문일까. 골프.스쿠버 다이빙 매니어로도 유명한 그의 모습이 다소 초췌해 보였다.

"일부러 살을 빼기도 했지만 지난해 받은 수술 때문에 사실 골프채를 다시 잡은 지도 얼마 안됐어요. 장을 10여㎝ 잘라냈거든요. 여행을 오래 하다 보니 불규칙한 식사 때문에 장에 툭하면 염증이 생겨서요. "

지난 20여년간 90개국은 다닌 것 같다고 했다. 현재 고1인 딸과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에게도 공부 대신 여행을 시킨다.

"데뷔하고 한 3년은 정신없이 지냈어요. 그런데 주변 선.후배를 보니 일에 치여 살다가 친구도 취미도 없이 나이드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나 자신의 삶에 더 투자하기로 결심했죠. 젊을 때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하자고 말이에요. "

아직 프로테스트는 통과하지 못했지만 국내 연예인 가운데 거의 최고수로 꼽히는 골프실력도 50~60대에 좀더 활기찬 연기생활을 하기 위한 투자였던 셈이다.

"이젠 연기에 좀더 나 자신을 쏟을 때가 된 것 같아요. 우선 이 드라마에 8개월쯤 푹 빠져볼까 해요. 제 나이에 청바지 차림의 총각 역도 아마 마지막일 것 같네요."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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