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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노선 파이 키운 대한항공·진에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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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시장이 커지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것이다.” “서로 시장을 갉아먹어 실적이 위축될 수 있다.” 항공 업계에서 저가 항공사(LCC)인 진에어의 장거리 노선 취항을 앞두고 수익성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진에어의 노선 확장이 형님 회사 격인 대한항공에 윈윈이 될지, 타격이 될지를 놓고서다.

 진에어는 내년 여름까지 보잉 B777-200ER(좌석 393석) 항공기를 들여올 예정이다. 최대 운항거리가 1만4400㎞로 미주·유럽까지 날아갈 수 있는 여객기다. 마원 대표는 “인천~하와이(호놀룰루) 노선 취항을 1순위로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진에어가 하와이에 취항하면 대한항공과 취항 노선이 겹친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 측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고 기대한다. 대한항공은 프리미엄 수요에, 진에어는 관광상품 위주의 실용 수요에 집중하는 ‘투 트랙(Two Track)’ 전략을 펼친다는 설명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두 회사가 서로 수요층이 달라 오히려 시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진에어는 대한항공이 취항 중이던 인천~방콕, 인천~삿포로, 인천~홍콩 등에 잇달아 뛰어 들었다.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인천~괌 노선은 대한항공은 야간 시간대에, 진에어는 낮 시간대에 인천에서 출발한다. 지난해 탑승객이 34만6800명으로 진에어 취항(2010년 4월) 전보다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공급 좌석이 늘어난 것보다 수송객 증가 폭이 더 크다”며 “일정 차별화 등에 힘입어 1~7월 탑승률도 80%를 웃돈다”고 말했다. 건국대 이장희(경영학) 교수는 “기존 시장을 지키고 있는 브랜드 때문에 시장 개척을 주저하기보다는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넓혀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같은 노선이라도 상품성을 달리하면 성장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선 기존 주력상품(대한항공)의 시장을 잠식하는 ‘카니발리제이션 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하와이 같은 관광 도시는 가격 민감도가 높아 대한항공에 불리하다”는 지적이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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