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아이다’ vs 만년의 역작 ‘오텔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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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1813~1901·위 그림)의 작품 ‘아이다’와 ‘오텔로’가 11월 나란히 무대에 오른다. 아이다는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팀이, 오텔로는 국립오페라단이 공연한다.

베르디 걸작 두 편이 찾아온다. 수에즈 운하 개통과 카이로 오페라 극장 개관 기념으로 이집트에서 의뢰해 만들어진 ‘아이다’와 셰익스피어 『오셀로』를 바탕으로 한 ‘오텔로’다. 잘 알려진대로 ‘아이다’는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가 적국 에티오피아 왕족 출신 노예 아이다와 사랑에 빠져 죽음으로 이르는 이야기이며, ‘오텔로’는 베네치아 귀족의 딸 데스데모나와 결혼한 아프리카 무어인 출신 장군 오텔로가 이아고의 모략에 휘둘려 아내를 죽이고 파멸에 이르는 이야기다. 비극으로 치달은 사랑 이야기라는 점 외에도 흑인이 주인공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아이다’는 프랑스의 이집트 학자 오귀스트 마리에트가 멤피스 발굴 경험에서 얻은 이야기를 기초로 했는데, 이국적 요소가 가득하고 화려해 야외 무대에서도 많이 공연된다. 이국 풍물과 무용, 코끼리와 낙타가 등장하는 스펙터클한 개선행진곡 장면이 특히 유명한 볼거리다. 이 장면에서 전쟁의 잔혹함을 강조하려고 시체를 매달아 놓는 식의 실험을 한 데이비드 맥비커 같은 현대 연출가도 있지만 한국-이탈리아 수교 130주년을 맞아 열리는 이번 ‘아이다 1963’(11월 25~30일 예술의전당)은 다르다.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팀이 직접 내한해 프랑코 제페렐리의 1963년판 버전을 그대로 재현, 정통 이탈리아 오페라의 진수를 선보인다. 무대 기계 장치까지 오리지널 방식을 고수해 수동 도르레 250여 개를 예술의전당 천장에 설치한다. 그야말로 한땀 한땀 만든 장인의 작품을 감상할 기회다.

2012년 밀라노에서 열린 ‘아이다’의 한 장면(왼쪽)과 국립오페라단 ‘오텔로’ 포스터.

 국립오페라단은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을 맞아 베르디의 ‘오텔로’(11월 6~9일 예술의전당)를 공연한다. 아리고 보이토가 각색한 드라마틱한 대본에 베르디가 6년간 공들여 작곡한 ‘오텔로’는 베르디가 73세 되는 해 발표한 그의 마지막 비극 오페라다. ‘아이다’ 이후 오페라 작곡을 중단했던 베르디의 대작으로, 오페라 종주국 이탈리아의 자존심을 다시 세워준 작품이다. 이번 ‘오텔로’ 공연엔 국내외 유명 오페라 가수가 무대에 선다. 그레엄 젠킨스의 지휘로 국립오페라단과 좋은 호흡을 맞춰온 코리안 심포니가 연주한다.

김대환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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