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포스코 인도네시아·태국 법인, 효자가 되겠군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7면

포스코는 동남아 시장을 겨냥해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회사인 크라카타우스틸과 합작해 자바섬 서쪽 끝단의 도시 찔레곤에 동남아 최초의 일관 제철소를 세웠다. 민경준 크라카타우포스코 법인장이 올초 가동을 시작한 고로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포스코]

인도네시아와 태국. 포스코에선 이 두 나라에 세운 법인이 ‘관심회사’였다. 포스코는 사상 최대 투자액인 3조원을 들여 해외 최대 규모의 제철소를 인도네시아에 지었지만 가동 초기인 올 초 고로에 문제가 생기면서 60일간 멈춰섰다. 태국 법인도 마찬가지. 포스코는 2011년 현지 유일의 스테인리스 회사 타이녹스를 인수했지만 3년간 적자행진이 계속됐다. 해외 사업 구조조정이란 말이 나올 때마다 거론될 정도였다

 그랬던 두 법인이 포스코의 새로운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해법은 이랬다. 인도네시아는 “팔수 있는 것을 팔자”, 태국은 “팔지 않던 것을 팔자” 전략을 썼다. 상반된 전략이었지만 둘 모두 보기 좋게 성공했다. ‘미운 오리 새끼’ 같던 두 법인의 ‘공격’과 ‘방어’ 전략을 현지에서 살펴봤다.

 지난 15일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서 버스로 한시간 반 남짓한 시간을 달렸다. 도착한 곳은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섬 서쪽 끝단의 도시 찔레곤. 북쪽으론 태평양을, 남쪽으론 인도양을 마주하고 있는 작은 항구도시다. 이곳엔 포스코가 인도네시아 국영철강회사인 크라카타우스틸과 합작(7:3 비율)한 ‘동남아 제1의 제철소’가 있다.

 2008년 2월 인도네시아 정부는 포스코와 일본의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에 각각 ‘일관제철소 합작투자’ 제안을 했다. 신일철은 거절했다. 이미 인도네시아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데 해외제철소 건설에 따른 자금부담과 기술부담을 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포스코는 달랐다. 인도네시아 국민 1인당 철 소비량은 61㎏. 세계 평균(238㎏)이나 중국(505㎏)·일본(516㎏)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철강 산업의 발전 단계로만 보면 ‘이륙기’ 정도로 포스코는 인도네시아의 철강시장 성장가능성이 높아고 보고 투자에 들어갔다. 일본이 점령한 시장을 공격하기 위해선 투자가 필요했다. 인도네시아에 제철소를 짓게 되면 동남아 일대 국가에 판매하는 철강제품엔 무관세가 적용돼 가격경쟁력이 있었다. 포스코는 그해 10월 양해각서(MOU)를 맺고, 3조원(연간 생산 300만t)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에 들어갔다.

 지난 17일 태국 방콕에서 동남쪽으로 180㎞ 떨어진 라용 공업단지를 찾았다. 포스코가 2011년 9월 인수한 타이녹스가 있는 곳이다. 이곳에선 자동차나 전자제품, 식기 등에 쓰이는 스테인리스강이 만들어진다. 오형수 법인장은 “타이녹스의 역할은 경쟁사가 태국시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방어 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태국의 스테인리스강 시장은 연간 25만t 규모. 이 중 10만t이 자동차와 가전에 쓰인다. 이 시장에서 포스코가 차지한 비중은 약 20%에 불과했다. 일본 기업이 자동차·전자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데다, 중국에서 저가 철강 제품이 몰려들어왔다. 오 법인장이 생각해 낸 것은 ‘고부가가치 제품’이었다. 그동안 하지 않던 자동차·전자기기용 고급제품을 하면 중국산 저가 제품을 이겨낼 승산이 있었다. 타이녹스가 현지 유일의 스테인리스 냉연강판 회사라는 이점을 이용하면 가격·운송·서비스 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최근엔 일본 자동차 회사에 납품할 제품 2개도 인증을 신청했다. 이 인증이 통과되면 일본 자동차 회사를 대상으로 한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된다.

인수 후 처음으로 올 상반기엔 110만 달러 규모의 흑자를 냈다. 연간기준으로 흑자 가능성도 높아졌다. 목표도 높였다. 인수 당시 13만t에 불과하던 판매량을 2016년까지 22만t으로 늘리고, 점유율을 60%대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찔레곤(인도네시아), 라용(태국)=김현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