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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표 확장 예산 … 경기부양 위해 정부 지갑 확 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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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내년도 예산안은 색깔이 분명하다. 균형재정이냐 경기부양이냐 갈림길에서 경기부양 쪽으로 확실히 방향을 틀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기부양 의지를 그대로 반영했다. 올해보다 20조원 증액한 내년도 예산안은 애초 계획(12조원 증가)에 한 차례 추가경정예산(8조원)을 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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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지갑을 확 열기로 한 건 경제가 ‘경기 침체→세입 감소→지출 축소’로 이어지는 축소 균형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나빠 세금이 잘 걷히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 지출까지 줄이면 경기가 더 침체한다. 이럴 땐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 지출을 늘려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간접자본과 미래성장동력에 투자해야 경제가 살아나고 세수 증대도 노릴 수 있다. 최 부총리는 “경제가 잠시 회복됐다가 바로 꺾이지 않도록 재정의 확장 기조를 유지하겠다. 그래야 4%대 성장률을 회복하고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의 초석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확장적 예산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경제가 스스로 회복할 동력이 약해진 만큼 재정이 경기 활성화의 불씨를 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재정건전성이다. 정부는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모두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상황은 전보다 나빠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재정운용계획에서 2017년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0.4%로 줄이겠다고 했다. 재정적자 비율이 0.5% 이내면 균형 수준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새 운용계획에선 2017년 재정적자 비율을 1.3%로 수정했고, 2018년에 1%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내 균형재정 달성은 물 건너간 셈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수정한 목표도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령화로 복지 지출은 빠르게 늘 수밖에 없다. 2018년 재정적자 비율 1%도 지극히 낙관적인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가 활성화돼 세금 수입이 충분히 늘어나지 않으면 적자 폭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목표 대비 구멍 난 국세만 8조5000억원이었다. 올해도 8조~9조원의 세금이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려면 지출을 효율적으로 하고 세수를 확충해야 한다. 정부는 지금까지의 기조대로 비과세 감면을 축소하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해 세수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최 부총리는 증세 논란에 대해 “지금은 경기를 부양해야 할 때인 만큼 더 이상의 증세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증세 등 대책을 진지하게 논의할 시점이 왔다는 의견이 많다. 이동원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은 한번 나빠지면 이를 되돌리기가 매우 어렵다. 앞으로 지출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목표를 세워 이를 의무적으로 지키도록 하는 재정준칙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비과세 감면으론 늘어나는 지출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복지 지출을 감당하려면 증세가 필요하다. 정권 말엔 증세가 어렵기 때문에 내년이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원배·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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