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나푸르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의 수많은 운봉 가운데 네팔에만 높이 8천미터 이상의 거봉이 8개가 있다. 애나푸르나 (Annapurna) 봉은 바로 이가운데 하나. 높이는8전78m, 세계에서 열번째로 높은 산이다.
애나푸르나봉은 주변에 3개의 시녀봉을 거느린 왕자의 모습이다.
주봉은 1950년6월3일 프랑스의 「에르조그」 와 「라세날」 두사람이 처녀등반에 성공했다. 당시만 해도 에베레스트정상 도전이 해마다 실패할 때라 등반사상처음으로 8천m 고지를 정복했다해서 세계산악인의 선망의 대상이 됐었다.
이번에 성균관대 산악부팀이 등정한 남봉은 주봉을 둘러싼 시녀봉의 하나로 북쪽과 동쪽이 험준한 빙하로 가로막힌 난코스다. 지난 64년 일본 경도대학팀이 처녀등반에 성공한 이후 이번 성대팀이 8번째가 되는데 한국팀으로선 처음이라 한국 산악등반의 또하나의 개가라할수 있다.
히말라야 등반에는 통상 세가지 자연조건이 인간의 접근을 완강히 거부한다.
첫째가 빙하. 특히 입을 벌린 크리배스 위에 눈이 살짝 덮이면 한발을 떼어놓을 때마다 목숨을 건 모험을 각오해야 된다. 거기에 눈사태까지 겹치면 비?적인 조난도 자주 일어난다.
둘째가 산소부족. 해발 5천5백m 이상이면 동작이 둔해지고 환각작용까지 일어난다.
세째가 기후. 6∼8월의 몬순기나 눈이 퍼붓는 겨울전엔 도저히 등반이 불가능하고 늦은 봄이나 이른 가을철 몇주간만을 활용해야 한다.
그래도 산속의 기후변화는 예측할수 없는 것, 때때로 산악인의 희생을 요구한다.
히말라야의 절반 높이 밖에 안되는 마테르호른봉(4천4백78m)에서만 올시즌에 11명의 희생자가 났다.문소가「라프카디오·헌」이 『산과 바다를 바라볼 때는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 라고 말한것도 대자연의 외경스러움을 고백하는 얘기가 아니겠는가.
그래도 히말라야 처녀봉에 대한도전이 올해 부쩍 늘어났다. 네팔정부는 올 가을철 등반기에 14개국 44개등반대에 히말라야 등반을 허용했다. 성대팀도 이가운데 하나. 가장 많은 등반대가 참가한 일본팀은 카트만두 북쪽의 랑탕봉(7천2백89m)과 랑시샤봉(6천3백m)을 처녀 등반할 계획이다.
특히 세계 산악인의 피를 끓게 하는것은 중공쪽 히말라야-카라코룸산맥에 대한 중공당국의 문호개방. 내년부터 등반이 허용될 산가운데는 아직 정복되지 않은K2봉(일명 초고리봉)이 포함돼있는데 이봉은 에베레스트에 이어 세계제2의 정상(8천6백11m)이다.
이미 에베레스트조차 정복한 한국 산악인의 발길이 세계도처에 뻗치는 것은 경하해 마지않을 일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