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BIZ] 조석래 효성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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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조석래 효성 회장이 지난주 3박4일(17~20일) 일정으로 중국을 다녀왔다. 조회장은 중국 상하이(上海)의 배후 산업단지인 저장성(浙江省) 자싱(嘉興)시에서 그룹 사상 처음으로 해외 이사회를 열고 중국 투자 확대 방안을 현장 점검했다.

출장 기간이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 중국 전역으로 번질 기미를 보이는 시점이어서 조회장을 비롯해 효성의 주요 사장단과 사외이사 등이 대거 중국출장에 나선 것 자체가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조회장은 "(기업은) 움직여야 산다. 전쟁(기업간 경쟁)이 터지면 기업인은 사지에도 뛰어든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잘 뛰지 않는 코끼리도 채찍을 해서라도 빨리 뛰게 해야 한다"며 예정된 중국 출장을 갔다고 한다.

그룹 관계자는 "다만 사스를 의식해 이사회 멤버인 사외이사 3명에게 출국 직전에 참여 의사를 물었고 이들 모두 참석하겠다고 알려와 출장이 예정대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자싱시는 효성이 공을 들이는 지역이다. 세계 섬유소재 산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상하이를 겨냥해 효성이 주력 해외 생산기지로 키우고 있다.

그룹이 3억달러를 들여 스판덱스(고탄성 섬유)를 비롯해 타이어보강재인 타이어 코드 공장의 증설을 대규모로 추진하고 있다. 현지에 진출한 외국기업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투자액이다. 이번 출장기간 중에 스판덱스 공장의 증설 라인에 대한 가동식도 열렸다.

효성의 공격적인 투자에 자싱시도 큰 관심을 표시했다. 자싱시 당서기와 시장이 두차례에 걸쳐 조회장 일행에게 저녁을 내며 효성의 지속적인 투자를 희망했다.

자싱시 정부는 "효성이 생산 공장을 짓는데 불편한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알려주면 바로잡겠다"며 "효성의 협력업체들도 함께 진출할 경우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조회장은 "효성은 이미 중국기업이다. 중국에서 물건을 만들어 수출하기 위해 투자액을 대폭 늘리고 현지 인력도 많이 쓰겠다"며 "중국정부는 (효성을)자국기업으로 생각해 적극 보호하고 육성해 주길 바란다"고 대답했다.

자싱일보.자싱TV 등 4개 현지언론도 외국 기업의 이사회가 현지에서 열린 데 깊은 관심을 표시해 조회장을 상대로 한 합동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이 회견에서 조회장은 "효성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사업은 중국 중심으로 펼치겠다"며 "앞으로 베이징과 상하이에도 중전기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답했고 이 같은 내용은 현지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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