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수사력의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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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기도 부천의 한 아파트에서 대낮에 2O대주부가 목 졸려 죽고 채 돐도 안된 아기마저 범인이 지른 불에 질식해 숨졌으며,부산에서도 이와 비슷한 수법의 살인사건이 일어나 시민들을 놀라게 했다. 경찰은 끝내 방범 비상령까지 내렸다.
최근 잇따르는 끔찍한 사건들은 그 수법이 지극히 잔인할 뿐 아니라 증거를 남기지 않는 지능적 범행이라는 데서 우리의 충격은 한결 더해진다.
범죄가 늘어나는 데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게 마련이다.따라서 이를 예방하고 해결하려면 여러 각도에서 그 처방이 강구되지 않으면 안된다.
생명경비·물질만능의 사회적 병리현상을 척결하는 일이 근원적인 대책이겠지만 당장 시급한 것은 경찰의 수사력 강화를 꼽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일은 경부가 해야 할 첫째 임무의 하나다. 치안이 확보되지않아 도둑이 날뛰고 각종 흉악범들이 횡행한다면 경찰이 존재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게 된다. 경찰의 책무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각종 범죄를 예방하고 범죄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신속히 해결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사 경찰이야말로 「경찰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형편은 그렇지가 못하다. 하루 수사비 2천5백원으로 날로 기동화·광역화·지능화하는 범죄를 따라잡을 수 없음은 물론이고 만성적인 인원부족,장비 부족 현상도 개선되지 못하고있다.
서울의 경우 수사 경찰관은 모두 1천1백 여명으로 한 사람이 8천 여명의 치안을 맡아야 한다. 선진국의 경우 경찰관1명의 담당 적정선을 3백∼5백 명으로 잡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우리경찰관의 업무가 얼마나 과중한지를 알수있다.
수사경찰의 육감수사가 여대생 피살 사건을 계기로 사회의 지탄을 받긴 했지만 사실 오랜 경험에서 오는 육감이 범죄수사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한다는 것은 부인 못한다.
지능적인 강력사건이 늘면 늘수록 필요한 베테랑 형사가 우리 경찰에는 손을 꼽을 정도로 적다.경찰이 강력사건에 무력하다는 인상을 주는 이유로는 경찰서간·수사팀간의 공조체제의 미비, 과학수사체제의 미비 등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으나 요컨대 비문수사 요원이 너무나 모자란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일선 수사 경찰은 간단히 탄생한다.3개월간의 경찰기본교육을 받고 공식수사 1주일, 기사교육4주일을 거치면 형사가 된다.그 뒤에는 연륜만 쌓을 뿐 재 교육은 없다. 일선수사관 뿐 아니라 이들을 지휘 감독하는 간부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보안·경보 등 다른 분야에 비해 승진의 기회는 좁은데다 사건 해결을 못한다고 상부의 불호령을 받기 일쑤이니 수사경찰의 사기가 오를 까닭이 없다.
최근 강력사건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자 내무부는 전국경찰에 방범 비상 근무령을 내렸다.일선 경찰서장 책임아래 강도·절도 등 강력사건을 예방토록 하고 관할지역에서 발생한 강력사건을 해결 못하면 서장의 첵임을 묻겠다고 했다.
하지만 치안은 상사의 엄포나 명령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그런 지시로 인한 일시적인 과잉단속은 이른 바.건실 위주의 수사에 치우치기 쉽고 인권유린 등 엉뚱한 부작용을 빚을 가능성도 없지않다.
수사력은 기능과 같은 것이라서 몇 년의 연차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책정해서 꾸준히 개선해 나가야만 진보해진다. 우수한 수사요원을 확보하고 그들이 마음 놓고 수사에 전념 할 수 있는 여건부터 만들어 놓고 「범인 체포」를 채근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미국의 중동교두보>
미국상원이 공중 조기 경보 통제기(AWACS) 5대의 사우디아라비아 수출을 승인한 것은 안으로는 「스트롱·레이건」의 면모를 과시하는 정치적 승리, 밖으로는 79년초 이란 혁명 이래 미국이 모색해온 새로운 중동정책의 믿음직한 교두보 확보를 의미하는 것이다.「카터」대통령은 마지막 외교적 업적으로 캠프데이비드 협정을 성사시켜 이집트,이스라엘 단독강화가 체결되고 이스라엘은 내년4월까지 시나이 점령지역을 이집트에 완전히 반환하게 되어있다.
캠프데이비드 협정으로 이스라엘협상의 입장이 극도로 약화된 시리아·요르단·레바논·PLO 등은 아랍권내의 강경파인 리비아,온건파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와 함께 반 캠프데이비드 전연을 펴고 그런 운동은 필연적으로 반미·반 이집트색을 띠지 않을 수 없었다.
이란회교혁명으로 친미 팔레비 왕정이 붕괴되어 폐르시아 일대에 불안한 힘의 공백이 생기고 잇달아 일어난 이란 이라크 전으로 중동산유지대가 내일을 점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은 바람에 이 지역 최대의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친미 로선이 크게 흔들리게 된 것은 미국의 중동정책의 마지막 기반을 위협하는 사태이기도 했다.
특히 미국이 생각하는 중 동구화의 구도에서 필요 불가결할 자리를 차지하던 이집트의「사다트」대통령이 과격파의 총탄에 쓰러지고는 조기 경보기의 대사우디아라비아 공급에 중간에서의 미국의 운명이 걸린 것 같이 생각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레이건」대통령이 당초 불리한 입장을 극복하고 상원을 초기 경보기 판매 찬성으로 돌려세운 것은 유전 지대의 안정 회복,대서방원유의 안전공급을 위해서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초기 경보기 5대의 판매가격 85억 달러는 액수로도 엄청나지만 경보기의 운용과 관리에 미국이 참여한다는 조건이 붙어있기 때문에 경보기의 사우디아라비아 수출은 미국 영향력의 페르시아 만 복귀 라는데 더욱 큰의미가 있다.
상원이「레이건」대통령의 요청에 동의하기까지는 막강하고 극성맞은 유대인 로비의 방해공작을 극복해야 했다.미국 정부와 의회가 중대한 외교정책상의 결정을 내리는데 유대계 로비의 압력을 뿌리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앞으로 미국이 중동 정책에 있어서 종래의 친 이스라엘 노선에서 보다 중립적인 노선으로 채질을 바꿀 조짐인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거는 기대는 적지 않다.
이란혁명,이란,이라크전,「사다트」사망 같은 일련의 사태를 맞아 소련의 중동공작은 사뭇 활기를 띠고있다.중동원유에 경제 활동을 의존하고 있는 서방세계는 불안한 시선으로 소련의 작용과 아랍권의 반응을 지켜봤다.
미국 조기 경보기의 사우디아라비아 진출은 소련제 진출에 대한 결정적인 방패가 될 것임이 틀림없다.
중간에 교두보를 확보하는데 성공한 미국은 지금부터는 팔레스타인 난민들에게 민족국가를 세워주는 역사적인 과제를 해결하는 일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팔레스타인 난민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미국이 열 개의 교두보를 얻어도 그것 자체가 중동평화나 원유의 안정공급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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