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깎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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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경주」는 인류가 고안해낸 최초의 스포츠였다. 마라톤도 그하나다.
42.195km를 2시간여에 달리는 마라톤은 인간능력의 한계와 극치를 보여준다. 단순한 운동에 비해, 감동이 큰 것은 그 때문이다. 그래서 마라톤은 「올림픽의 꽃」이라고도 한다.
25일에 열린 뉴욕 마라톤대회에서 23세의 미국인 알베르토·살라자르」가 2시간 8분 13초의 기록으로 우승한 것은 그 한계를 극복한 하나의 경리다.
이 놀라운 기록이 다시 언제깨어질지 알수는 없다. 그러나 하가능해 보였던 기록들이 자꾸 깨어지고있는 점엔 주목할 필요가있다.
기윈전490년, 페르시아대군이 그리스의 마라톤평야에 상륙했을때, 아테네군의 승리를 전하기 위해 아테네성문까지 달려왔던 전령「피데피데스」는 겨우『이겼다』는 소식만 전한채 목숨을 잃었다.
마라톤의 기원이된 그 거리는 당시 인간의 생사의 한계점으로 나타났었다. 2시간30분대에서 맴돌던 마라톤 기록을 깨뜨린 것은 우리 손기정선수.
l936년 베를린에서였다. 그때 기록은 2시간29분19초.
그때 그는 일본국적으로 나가야했지만 한국민족의 우수성을 여지없이 과시했었다.
그리고 나서 20분의 벽을 깬것은 l953년 영국인「피터즈」. 2시간18분40초2의 기록을 세웠다. 그러니까 10분을 단축하는데 17년이 걸렸다.
그러나「맨발의 영웅」이란 별명을 들은 이디오피아의 「아베베」는 60년 로마, 64년 동경에서 2시간15분16초2, 2시간12분11초2의 경이를 되풀이 했다.
10분의 벽이 깨진것은 1967년 호주의 「클레이턴」이 수립한 2시간 9분36초4. 20분에서 10분 사이의 10분을 깨는데는 14년이 걸렸다. 「클레이턴」은 1969년 2년만에 1분을 줄인 2시간8분33초6의 기록을 수립했다. 그러나 이번 수립된 「살라자르」의 기록은 12년만에 20초 앞당기는데 불과했다.
이젠 분깎기에서 초깎기의 단계다. 과거의 템포라면 80년말엔 2시간대기록이 나와야하지만 초깎기시대에선 그런 비약은 기대할수 없다.
문제는 한국마라톤의 낙후성. 세계수준은 비약하는데 우리기록은 답보요 퇴보다.
올해 전국체전 마라톤에선 2시간19분53초의 한심한 기록이었다. 세계와는 무려11분39초의차.
1936년 베를린올림픽의 손기정, 1947년 보스턴의 서윤면, 그리고 1950년 보스턴에서 1, 2, 3위였던 함기용·송길윤·최윤칠의 시대는 갔다. 그이후「마라톤한국」은 잊혀졌다.
내구역울 경쟁하던 시대도 갔다. 이젠 마라톤도 빨리 달리기경쟁의 시대다. 손기정의 신기록이후 반세기만에 열리게될 88년서울 올림픽엔 인간능력의 한계를 다시 극복하는 한국인 마라토너의 출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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