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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예금증서 첫 사용자는 사건담당 형사였다.
지난 14일 제일은행 퇴계로지점에 제출된 윤보살의 정기예금 증서 3장에 대한 출처및 유통경로 수사를 펴고 있는 서울시경은 17일 첫 사용자가 이 사건 수사를 맡았던 서울 용산경찰서형사계 소속 하영웅순경(37) 으로 밝혀지자 경찰 관계자는 물론 일반 시민들도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고 경악하고 있다.
사건수사를 둘러싼 경찰관의 독직사건은 지난 75년의 소매치기 상납사건을 비롯해 여수밀수범 금품갈취사건, 인천 외항선원 금괴밀수범에 대한 금괴갈취사건 등이 있었으나 윤보살사건 처럼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강력사건에서는 처음있는 일로 관계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경찰관 독직사건중 가장 관련규모가 큰 것은 소매치기 상납사건­.
75년7월 서울시경 형사과 330 수사대 소속 김학선경위(53·징역 7년·추징금 3백75만원 선고)가 구속됨으로써 조직소매치기배들로부터 정기적으로 상납을 받아온 사실이 밝혀졌다.
이 사건은 서울지검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 김경위등 경찰관 6명이 구속되고 서울시경이 경찰관 70명을 파면, 현직 서장등 34명을 면직시키는등 대규모의 자체 숙청을 단행하는 결과를 빚었다.
이같은 범죄단체와의 검은 유착 이외에도 분실 신고된 수표 횡령등 파렴치사건도 있었다.
70년3월2일 서울시경에 구속된 서울 마포경찰서 김춘배 경장 (40) 등 2명은 경찰서로 우송된 1백4만5천원짜리 자기앞수표등 모두 1백38만5천원의 자기앞수표 5장을 멋대로 나눠 썼다가 적발됐다.
또 전과자들로부터 뇌물을 받고 전과사실을 은폐해주는 것도 수사경찰의 독직유형중 하나.
76년3월19일 대검특별수사본에 적발된 서울시경 수사과 한모경사등 경찰관 3명은 모회사대표 한모씨로부터 돈을 받고 치안본부에 비치된 한씨의 지문원지를 없애 전과사실(징역1년 복역)을 은폐시켜줬다.
이밖에도 지난 75년4월12일. 서울지검에 구속된 서울성북경찰서 수사과 최형희순경(43)은 은행사기단으로부터 30만원을 받고 범행을 묵인해줬다.
최순경은 74년12월25일 황봉진씨(64)등 일당 4명을 붙잡았으나 석씨로부터 뇌물을 받고 그대로 방면했다.
경찰에 대한 시민의 신뢰는 제복이나 위압 분위기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공정하고 청렴한 법의 집행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일.
박봉과 고된 격무 속에서도 경찰이 시민의 참된 봉사자라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심어줄 날이 멀기만한 것인가. <정일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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