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사말」 찾아 전국돌기 6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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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순수한 우리말로 아름답게 쓰여오던 농사말을 되찾기 위해 6년간 전국을 돌며 애써온 사람이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반백의 농부 조성국씨(64·경남 창령군 영산면 서리226).
중요무형문화재 제26호 영산줄다리기의 기능보유자이기도한 조씨는 경남 영산의 고향에서 4천5백평의 밭에 양파를 재배, 최근에 민속노동요와 영산단오굿 원형발굴에 몰두하고있다.
조씨가 우리 농사말을 찾아 나선 것은 75년부터. 『젊은이들이 우리말을 잊고 중국 또는 일본식의 용어를 쓰는 것이 안타까와 몸담았던 교사직을 그만두고 영·호남과 제주지역농촌을 돌면서 순수한 우리말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동안 조씨는 한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꼼비기」(외양간 거름·전라도), 「마바리」(1마지기에서 2섬의 쌀이 나오는 논·경상도), 털가죽(턴작물, 가죽은 면적)등 순수한 우리말을 포함해 3백여종의 우리 농사말을 모았다.
『농민들이 아름다운 우리말을 사용해온데 비해 지배층과 가까운 지주 등이 한자말을 보급, 우리농민은 생산품과 함께 말까지 빼앗겨왔다』는 조씨는 「생산고」는 「날수」, 「도열병」은「대짐」, 「옥답」은 「개똥논」등 우리말을 되찾아 써야한다고 주장한다.
조씨가 모은 우리말은 다음과 같다.(현재 쓰는말 어원·새로찾은 말의 순)
▲농사(열매를 열게하는 노릇)=여름지이 ▲고용인(담사리는 훗담·겹담·정치담·온머슴의 분류가 됨)=담사리 및 머슴 ▲공동·협동=두리 ▲수잉기(수잉기·배는 이, 동은 식물줄기, 받이는 시기)=배동받이 ▲천수(천수·물은 얕게대라는 뜻)=종이물·바닥물·자국물(방언재중물) ▲산림=갓(경상도 뫼갓=전라도) ▲산림을 지키다의 뜻=갓보다·갓지기·갓사리 ▲옥답(옥답)=개똥논 ▲논에 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자리=물고 ▲출수(출수)=배패다 ▲황숙기=누릉방을 둔다 ▲노동력=품 ▲돈을 주지 않고 일을 시킨 뒤 일을 해주어 갚는 것·품갚기·품팔이 ▲한달간의 노동계약=달품 ▲소를 하루 이용하고 사람이 사홀간 일해주는 것=소품 ▲도열병=대짐 ▲목도열병=모개짐 ▲간인(간인)=솎음 ▲배토(배토)=북돋움 ▲활착(활착)=땅내맡다, 살음하다 ▲한해(한해)=가무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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