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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산업주식회사|-유전공학시대의 개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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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73년 각각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섞어 최초로 인류가 새로운 생물을 탄생시킨이래 7년간 유전공학은 장족의 발전을 가져왔다.
그러나 현미경으로도 볼 수 없는 미세한 유전자를 조작해야하는 만큼 생명산업은 어느 정도 주먹구구식을 면할 수가 없었다.
그사이 의약품제조를 위해 대장균을 합성한 것도 요즘의 전자공업같이 현미경을 사용, 실리콘조각과 배선을 보아가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대강 어림짐작으로 해왔다.
사람의 세포핵에서 유전자를 잘라낼 때도 가위의 역할을 하는 제한효소를 넣어주고 원심분리기 등을 이용, 대략 이러이러한 것이 들어있으리라는 물질을 얻어냈다.
이것을 대장균의 플라스미드에 자르고 붙이는 것도 같은 방법으로 한 다음 배양된 대장균에 새로운 성질을 가진 것이 있는가 없는가를 가려내고, 새로운 성질을 물려받았다고 믿어지는 대장균만을 가려내어 증식시켜왔다.
그러나 금년초부터 컴퓨터가 유전공학에 도입되면서 양상은 달라졌다.
그동안 1개의 유전자편을 합성하는데 4∼8개월이 걸렸지만 컴퓨터는 단 하루만에 똑같은 유전자편을 합성해 내놓게끔 된 것이다.
유전자의 정보코드는 A·T·C·G로 표시되는 4개의 염기라는 물질로 기록되어 었다. 이 염기 알맹이가 계속 배열되어있는 것이 유전정보로 염기 3개가 한개의 정보단위가 되어 생명의 기본물질인 아미노산을 만들게 한다.
예를 들어 세포유전자위에 GTG·TTG라고 염기가 늘어섰을 경우 GTG는 발린이라는 아미노산을 만들라는 정보고, TTG는 류신이라는 아미노산을 만들라는 정보다.
인체세포는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으며 몸 속의 호르몬, 뇌 속의 정보전달물질 등도 모두 단백질로 되어있는데 이 단백질은 20여종의 아미노산들이 결합되어 만들어진다.
따라서 세포가 어떤 단백질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먼저 그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을 만들게 하는 것이다.
이런 세포의 역할을 대신하도록 만든 것이 컴퓨터 이용 유전자기계.
이 컴퓨터에는 과학적으로 밝혀낸 모든 자료가 들어있어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종류를 분석하고, 키를 누르면 유전자를 합성해 나간다.
우리가 만들고 싶은 단백질(예를 들면 인슐린이나 성장호르몬)을 이 기계에 넣어주면 기계는 그 단백질을 합성하는 아미노산의 종류와 배열을 분석하여 정확하게 알려준다.
일단 이러한 배열을 알게되면 이것을 생산하는 유전정보를 만들기는 쉽다.
유전자합성기에 원료가 되는 A·T·C·G를 넣어준 다음 이미 밝혀진 아미노산배열에 따라 키를 3자리씩 눌러나가면 그 단백질을 만들라는 유전정보의 사슬이 만들어져 나온다.
이 사슬을 박테리아에 결합시켜주면 박테리아는 증식하면서 인슐린이나 성장호르몬 등을 만들게된다.
컴퓨터가 읽어내고 컴퓨터가 합성한 유전점보는 한치의 오차도 없을 뿐 아니라 마음대로 고칠 수도 있어 유전자 합성의 가능성을 무한하게 넓혀준다.
이론상 어떤 단백질이든 그 구성을 밝혀낼 수 있고, 그것을 만들도록 하는 유전정보를 A·T·C·G 4개의 염기를 원료로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캘리포니아공대 제트추진연구소의 생물학자들은 현재 30개의 염기를 계속 배열시킬 수 있는 기계를 완성시키는 단계에 있다.
1개의 단백질은 수백, 수만개의 염기들이 늘어서서 아미노산을 만드는 정보를 주어야 생산이 되므로 30개의 배열기계는 쓸모 없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30개씩 만들어서 이것을 한개의 사슬로 이으면 훌륭하게 길다란 유전자를 합성해낼 수 있다.
현재 이러한 유전자분석·합성기는 미국의 제네틱 시스팀사를 필두로 베가생화학회사, 캐나다의 바이오 로지컬사 등이 시판에 나서고있는데 가격은 3만∼5만달러 선으로 무척 싼 편이다.
사람의 손으로 할 때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에 합성해낸 유전자조각 1백만분의1g에 1만달러씩에 거래가 됐지만 이 기계를 설치하면 훈련된 직공만으로도 유전자 조각을 손쉽게 만들 수 있어 생명산업의 앞날을 밝게 해주고 있다.

<최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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