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호랑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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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늑대, 후지(부사)산, 아즈테카(축구장), 개, 비버, 곰, 독수리.
이들은 모두 올림픽 마스코트들이다. 60년 로마 올림픽때부터 올림픽 개최국들은 이런 심벌을 하나씩 정하기 시작했다.
그 나라의 이미지랄까, 재치가 엿보인다.
늑대는 표독하고 사나운 짐승이지만 로마신화속의 늑대는 자모와도 같다. 로마건국의 아버지 「로물루스」왕과 그의 동생「레무스」에게 젖을 물려 키운 자비로운 동물로 등장한다. 이탈리아는 그 신화를 통해 「팍스·로마나」(로마에 의한 평화)의 향수를 일깨우 듯 늑대를 선택했다.
뮌헨 올림픽 때 데뷔한. 늘어진 귀에 짧은 다리를 가진 독일의 검은개, 몬트리올 올림픽의 심벌이었던 수변동물 비버(해리)는 생김새만으로도 차밍하다.
그러나 좀 의외인 것은 소련사람들의 아이디어다. 소련은 세계의 침화가들이 즐겨그리는 곰의나라. 소련은 그것을 마다하지 않고 다만 엉큼하고 미련하고 고집스러운 음흉딴지 곰이 아니라, 재롱부리는 아기곰을 도안했다.「미샤」라는 이름도 귀엽다.
모처럼의 그 이미지가 그만 아프가니스탄사태와 함께 늑대로 바뀌고 말았지만-.
자, 서울 올림픽의 마스코트는 무엇으로 한담.
어제 중앙일보에 소개된 명사들의 아이디어는 호랑이가 압도적이었다. 그 중에 어떤 인사는 민화에 등장하는 웃는 호랑이를 제안했다. 봉황·까치·진도개도 있었다.
문제는 상징속에 담긴 뜻이다. 까치는 길오라지만 세계인의 감각과는 좀 거리가 있어보인다. 게다가 모양도, 색깔도 볼품이 없다.
호랑이는 민화아닌 우리민화속에서도 서수로 등장한다. 냉혈적이고 공격적인, 그런 짐승이 아니다.
사실 서양의 유명서커스에서 길들인 호랑이는 그렇게 착하고 유순할 수가 없다.
또 아시아의 한 구석에 자리잡은 「작은 코리아」가 세계에 기염을 한번 토해보는 의미로도 호랑이는 그럴듯해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론 아프리카의 맹수를 연상하게 하는 허장성세의 이미지도 없지않다. 「동방예의의 나라」를 미덕으로 자찬하면서 하필이면 『어흥!』하는 인상을 줄 필요가 있을까. 「조용한 아침의나라」는 세계인이 갖고 있는 우리나라의 이미지인데 플러스 보다는 마이너스가 더 많을 것 같다.
평화와 인류애와 약동을 상징하는 뭐는 없을까. 우리선조들은 상서로운 상징물로 「십장생」을 꼽았다. 해·산·물·들·구름·소나무·불로초·거북·학·사슴.
이 가운데 올림픽과 걸맞는 것이 있다면 사슴일 것 같다. 각축전의 인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스포츠도 실은 각축전이다. 외국인도 역시 사슴에 대한 혐오감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아뭏든 마스코트는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아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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