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베일에 싸여있던 북한 남자축구대표팀, 중국 3-0 완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베일에 싸여있던 인천 아시안게임 북한 남자축구대표팀은 다크호스였다.

북한은 1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남자축구 조별리그 F조 1차전에서 중국을 3-0으로 완파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46위인 북한은 중국(97위)보다 순위가 낮지만, 강력한 복병이었다.

북한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멤버 정대세(30·수원)와 홍영조(32) 등을 와일드카드(23세 초과선수)로 선발하지 않았다. 대신 남아공월드컵 주전 골키퍼 리명국(28)과 오른쪽 수비수 강국철(24) 그리고 올해 1월 오만 아시아축구연맹(AFC) 22세 이하 대회에 출전한 젊은피들로 팀을 꾸렸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으로 알려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 7월 아시안게임 남자축구팀 훈련을 관전했고, 재일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 역시 "북한 주민들이 축구선수들 활약에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1일 입국한 북한 남자축구팀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철통 보완 속에 시간까지 바꿔가며 비공개 훈련을 했다. 훈련장 환영 현수막 문구 중 '북한'이란 표현이 불쾌하다며 '북측'이나 '북조선'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하며, 경기에 집중했다. 장내 아나운서는 이날 조선인민민주공화국이라고 소개했다.

한국 박주호(마인츠)와 바젤(스위스)에서 한솥밥을 먹은 박광룡(23·리히텐슈타인 파두츠)은 대회 명단에 포함됐지만, 이날 출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에이스가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축구는 강력한 압박과 빠른 축구를 펼쳤다.

북한은 전반 9분 역습 상황에서 오른쪽 풀백 심현진(23)이 서현욱의 슈팅이 흐른 볼을 강력한 오른발슛으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심현진은 남북공동응원단 앞으로 달려가 세리머니를 펼치며 기쁨을 나눴다. 북한 입국 때 공항으로 마중 나간 한국인으로 구성된 남북공동응원단은 이날도 300여명이 모여 북한을 응원했다. '우리는 하나다', '통일조국' 구호를 외치고, 민요 '아리랑'을 불렀다.

북한은 후반 2분 서경진(20)이 아크 정면에서 오른발 땅볼 중거리슛으로 추가골을 뽑아냈다. 후반 11분 리혁철(23)이 서경진의 스루패스를 받아 문전에서 오른발슛으로 쐐기골을 터트렸다.

후보 중국 감독은 "북한 공격 속도가 빨랐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윤정수 북한 감독은 "관중들이 우리 선수들을 열성적으로 응원해주셔 대단히 감사하다"며 "축구는 전원공격, 전원 방어가 기본이다. 한국과 맞붙게 된다면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를 펼치고 싶다. 우리도 우승이 목표다"고 말했다. 18일 화성에서 파키스탄과 F조 2차전을 치르는 북한은 대진상 한국과 4강 이후 만난다. 한편, 강력한 우승후보인 북한 여자축구대표팀(FIFA랭킹 11위)은 16일 베트남과 예선 첫 경기를 펼친다.

인천=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