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와 하류층에 "이혼 반대" 많다|본사 전국 생활의식 조사에서 드러난 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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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결혼하라. 그러면 너는 후회할 것이다. 결혼하지 말아라. 그래도 너는 후회할 것이다.』
굳이 「소크라테스」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인생의 또 하나의 관문인 결혼이 어려운 문제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결혼상태로 들어간 많은 사람들이 부딪치는 또 하나의 문제는 이혼이다.
중앙일보사가 창간 16주년을 맞아 실시한 한국인의 생활의식조사에서 이혼의 대해 과반수가 「이유가 있으면 할 수도 있다」고 응답한 반면, 「있을 수 없는 일」로 지적한 사람은 21·3%에 지나지 않아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제 이혼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혼의 상태를 합리적으로 평가해 보고 이혼을 결정하는 경향은 민주교육을 받은 소장층 중고졸 이상의 고학력을 가진 사람에게서 뚜렷이 나타난다.
직업별로는 ▲대학생(66·7%) ▲자유업(61·5%) ▲기술직(60·6%) ▲사무직(55·6%) ▲기타(53·1%)의 순으로 이유가 있으면 이혼을 할 수 있다는 응답이 높다.
상류층(25·0%)과 하류층(23·4%)은 「이혼은 절대로 안된다」는 쪽인데, 중류층(51·5%) 중하류층(51·3%)은 있을 수 있다는 태도가 높다.
이와 같은 사실은 소득 면에서 살펴본 분류결과와도 일치한다. 5만원 이하(34·5%)와 1백만원 이상(33·3%)인 최저소득군과 최고 소득군이 이혼에 강한 반대를 하는 반면, 70만∼1백만원 소득자의 66·7%가 이유 있는 이혼에 긍정적이다.
이같은 결과는 상류-고소득층은 가문의 명예를 지키려는 뜻에서, 하류-저소득층은 전통적인 가치관의 준수로 인한 맹목적인 가정보호 의지 때문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학력별로는 무학력자(33·4%) 국졸(28·4%)등 저학력자일수록, 직업으로는 ▲서비스업 ▲노무직 ▲무직 ▲상공업 ▲농업 등에 종사하는 사람이 이혼 결사반대의 의사가 강한 것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능동적이며 경제력이 있는 남자가 이혼에 대해 긍정적일 것이라는 일반 견해와는 달리, 조사결과 여성(52%)이 남성(49·9%)보다 이혼을 합리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이 밝혀져 여성들의 의식구조가 바꾸어져가고 있음을 시사해준다.
지역별로는 보수적으로 알려진 충북지역이 이혼에 부정적인 반면(30·2%가 절대로 안된다), 개방적인 서울은 56·1%로 「이유가 있다면」에 강한 찬동을 보인다.
당연한 결과이기는 하나 결혼상태에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젊은 사람에 비해 40세 이상의 연장층이 이혼반대경향이 뚜렷해 나이가 많을수록 보수성이 강한 일면을 보여준다.
아뭏든 이번 조사결과는 작년의 자녀가 있다면 안된다(23·6%)와 이유가 있다면 할 수 있다(17·6%)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이들이 이유가 있다면 할 수 있다(50·9%)고 지적해 이혼문제도 합리적 견지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나타내 한국인의 의식이 유교적 가치관에서 서구식 사고로 변화돼 가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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