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크론 항체(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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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생명산업에서 의약품 생산에 또 하나의 박차를 가하고 있는 분야는 모노크로날 항체(단일크론 항체).
유전자조작과는 달리 세포융합을 이용해 의약품을 만들어내는 이 방법은 75년에 개발된 이래 미국의 제넥스 등 70여개 회사가 달려들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단일 크론항체쪽이 유전자조작보다 질병퇴치에 더욱 위력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90년도에 20억 달러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항체란 생물체에 고장을 일으킬만한 이물질이 침입했을 때 이를 물리치기 위해 몸 속에서 만들어 내는 단백질로 된 방어무기.
단일크론 항체는 이러한 항체를 질병을 일으키는 물질에 하나하나 맞게끔 체외에서 생산, 몸 속에 집어 넣어줌으로써 질병을 치료하자는 것이다.
질병을 전쟁으로 가상해보면 단일크론 항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 몸에 질병이라는 전쟁이 생기면 적은 항공기·탱크·대포·소총 등을 사용하면서 침략해 온다.
이때 항공기는 암세포, 탱크는 바이러스, 대포는 박테리아 등으로 가정할 수 있다.
전쟁이 발발한 것에 놀란 우리 몸은 항체라는 방어무기를 열심히 생산하기 시작한다. 항공기를 물리치기 위해서는 대공항에 해당하는 항체를, 탱크를 파괴하기 위해서는 로키트 탄이라는 항체를 만든다.
우리 몸에서 대항무기를 만드는데도 적에게 져서 발병하는 이유는 무기가 너무나 단순한 때문. 적은 음속의 몇 배나 되는 항공기, 초 저공으로 침투하는 항공기 등을 가진데 비해 이쪽은 1∼2종류의 대공포만으로 대응, 효율적이 되지 못한다. 또 침입해온 탱크를 파괴하느라고 발사된 포탄들은 탱크에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주위의 공장시설이나 무고한 민간인들도 살상하게 되어 아군측의 전력은 더욱 약화된다.
즉 몸에서 만들어 낸 항체들이 다른 정상세포에도 피해를 주어 질병대항 능력을 약화시킨다.
단일크론 항체란 방어무기를 적의 침략무기에 맞게끔 「스마트 폭탄」을 만드는 것이다.
적기가 초고속 항공기라면 거기에 맞는 초고속 유도탄이란 항체를, 초저공 침투 항공기에는 거기에 맞는 대공포인 항체를 만들어 대항하자는 것이다.
단일크론 항체를 만드는 방법은 우선 인간에 질병을 일으키는 A라는 물질을 쥐 등의 동물에 주사한다. 몸 속에 A가 들어간 쥐는 A를 물리치기 위해 항체세포에서 열심히 항체단백질을 생산하기 시작한다. 이때 이들 세포를 떼어낸다.
그 다음 암에 걸린 쥐에서 암세포를 떼어내 먼젓번 항체세포와 함께 섞어 세포융합을 시킨다. 이렇게 해서 태어나는 세포가 하이브리도마스(잡종세포)로서 반쪽은 암세포, 반쪽은 항체세포의 성질을 갖게 된다.
하이브리도마스는 암세포로부터는 죽지 않고 무한 분열하는 성질을 물려받고, 항체세포로부터는 A에 대항하는 항체생산의 능력을 이어받았기 때문에 계속 분열하면서 A에 대항하는 항체를 생산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생산된 대A항체는 A에만 듣기 때문에 A로 인해 병이 생긴 사람에게 넣어주면 효과적으로 질병을 퇴치할 수 있게 된다.
이때 쥐에 주사하는 원인물질은 마음대로 바꿀 수 있으므로 홍콩형 독감바이러스를 주사해서 만든 단일크론 항체는 홍콩형 독감에 특효가 있고, 소련형 독감바이러스를 주사해 만든 단일항체는 소련형 독감을 물리치게 된다.
이론상으로는 암을 비롯해 우리 몸에 생기는 수천 가지 질병에 따른 각기의 항체를 만들 수 있어 치료의 앞날을 밝게 하고 있다.
단일크론 항체는 자신이 물리쳐야할 질병물질만을 공격하기 때문에 주위세포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 특정 피부암에 맞는 항체를 만들어 주사를 한 경우 항체는 특정 피부암이 걸린 부위를 찾아가 암세포만을 파괴시킨다.
미국의 스탠퍼드 대학은 최근 암세포를 사용해 만든 단일항체를 6명에 투여해 3명의 임파암 환자에서는 괄목할만한 호전효과를 얻었고 3명의 백혈병환자도 얼마간의 호전증세를 보였다고 발표한바있다.
일본 오오사까 의대의 「기시모또」교수 팀도 지난 6월 암과 싸우는 인체의 임파구 T세포의 잡종세포를 만드는데 성공, 암 정복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고 보고한바 있다. <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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