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공학 전환까지 포함해 모든 방안 검토”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92호 10면

해양수산부 차관과 인하대 총장을 역임한 홍승용(65사진) 덕성여대 총장은 교육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초대위원장(2011∼2012년)이었다. 대학의 정원을 줄이고 부실대학을 퇴출시키는 일에 깊이 관여했던 인물이다. 그런데 자신이 지난해부터 총장직을 맡아 온 대학이 지난달 정부의 재정지원 제한 대학(4년제 9곳, 전문대 10곳)으로 지정됐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하지 않느냐”고 위로의 말을 했다. 그러자 그는 “전에 내가 대학들에 그 말을 자주 했는데, 막상 내게 일이 닥치니 그 말도 그다지 위안이 되지 않는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12일 이 대학 총장실에서 그를 만나 정부 조치에 대한 입장과 여대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홍 총장이 정부 지원 제외 대학 발표 후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위기 타개 나선 홍승용 덕성여대 총장

 -지금 학교의 상황은 어떤가.
 “학교 구성원 모두가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우리 같은 중급 규모 대학에 정원(이 대학의 입학정원은 1280명)의 11% 이상을 줄이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비합리적인 권고였다. 재정지원 제한 대학이라는 ‘낙인’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번 조치로 일단 학생들이 국가 장학금을 받는 데 불이익이 있는데, 연간 총 3억5000만원 정도가 줄어들게 된다. 그 부분은 학교가 전액 보조할 계획이다.”

 -교육부의 평가에 수긍하나.
 “구조개혁위원회가 직접 칼을 들어 살을 도려내는 것은 옳지 않다. 위원회가 할 일은 학교에 경고의 신호음을 보내 자율적 개혁을 유도하는 것이다. 교육·경영·법인의 세 가지 측면에서 얼마나 학교가 건강하게 운영되느냐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구조조정을 위한 구조조정이 돼서는 안 된다.”

 -덕성여대 외에 다른 두 여대도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될 위기에 처했다가 정원 감축 등을 약속하고 구제받은 것으로 안다. 여대의 위기를 상징하는 것 아닌가.
 “평가에서 특정 지역이나 특정 대학들에서 공통적으로 낮은 점수가 나올 때는 평가 기준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섬세하게 들여다보면서 정책적 고민을 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여대가 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된 이유는 무엇인가.
 “여대는 인문·사회나 예체능계열 학생이 많아 취업률이나 연구 업적 평가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가 힘들다. 동창들의 기부가 남녀공학에 비해 적은 것도 사실이다.”

 -현 상황의 타개책이 있다면.
 “여대의 정체성과 가치, 지속가능성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미국 등에서도 여대는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여 왔다. 그러다 최근에는 여성 교육의 중요성을 얘기하면서 오히려 다시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여대의 미래’ 문제를 논의할 토론회 개최를 다른 여대들과 협의 중이다.”

 -덕성여대의 ‘미래’는 어떠한가.
 “이번 일을 계기로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할 생각이다. 남녀공학으로의 전환, 연구 중심 대학으로의 전환 등도 검토 대상이 된다. 기존의 학교 발전 계획도 재검토할 생각이다.”

 -여대가 갖는 장점이라면.
 “여성학이나 여성경제학 등의 분야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여대가 강점을 가질 수 있다. 우리 대학의 경우 영·유아교육, 식품안전·영양, 심리, 아트·디자인 분야에 특히 경쟁력이 있다.”

 -현 정부의 대학 개혁 방향을 어떻게 보나.
 “정부는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지방대 육성과 이전 정부부터 추진해 오던 대학 구조조정, 즉 정원 감축이라는 두 가지 큰 목표를 놓고 일을 하고 있다. 여대를 포함한 수도권의 여러 대학이 그 사이에 놓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학도 수요·공급의 측면에서 ‘시장의 논리’가 작동할 수밖에 없는 곳인데, 학생들의 수요가 많은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급하게 줄이려는 정책은 재고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상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