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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록 KB 회장 3개월 직무정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금융당국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국민은행의 주전산기 교체를 두고 벌어진 경영진의 내분에 책임을 물은 것이다. 징계 강도도 금융감독원이 당초 건의한 수준보다 한 단계 높였다. 임 회장은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KB금융의 내분 사태가 금융당국과 지주회장 간의 정면충돌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12일 전체회의를 열고 임 회장에게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했다. 금융사 수장이 직무정지 처분을 받은 건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과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이어 세 번째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날 결정 직후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를 방치하면 금융시장의 안정에도 위태로운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해 특단의 조치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금감원 감독관을 파견하도록 지시했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순으로 강도가 높아진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4일 중징계 중 가장 수위가 낮은 문책경고를 건의했다. 문책경고를 받더라도 원칙적으로 연임만 제한될 뿐이지만 그간 이 처분을 받은 대부분의 금융사 CEO들은 남은 임기와 관계없이 중도 사퇴했다.

 그러나 임 회장은 자리를 지키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자 금융당국이 징계 수위를 더 높여 아예 업무에서 손을 떼도록 한 것이다. 임 회장도 반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그는 “이번 결정을 결코 납득할 수 없으며 소송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해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임 회장이 직무정지 처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행정소송 등의 법적 구제 절차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KB금융의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주목된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김후곤)는 임영록 회장의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2000억원대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권을 챙겼는지 등을 수사해달라고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이 지난 5월 고발한 사건에 대해서다.

 검찰은 지난 4월 국민은행 이사회에서 기존 IBM 기반 전산시스템을 유닉스 기반 시스템으로 교체하는 안건을 의결하는 등 주전산기 교체사업 추진 과정에서 임 회장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임 회장을 소환해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조민근·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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