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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련 비대위장 이상돈 영입 제의 … 의원 54명 "즉각 중단" 22명은 "부적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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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공감혁신위원장(비상대책위원장)으로 이상돈(63·사진) 중앙대 명예교수의 영입을 추진해 계파 갈등에 불이 붙었다.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은 11일 정책간담회에서 “역량 있는 외부 인사를 영입했다. 정치와 정당 개혁의 학문적 이론은 물론 현실정치 이해도도 높은 인물”이라고 운을 띄웠다. 이어 진행한 본지 인터뷰에선 “당이 위기상황이라 독배라도 마실 수밖에 없어 비대위원장을 맡았는데, 내 생각은 ‘국회가 시작되고 비대위가 꾸려지고 나면 (위원장직을) 넘겨드리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름을 적시하진 않았지만 이 교수 영입 소식은 급속히 당내로 퍼졌다. 이 교수는 부산 출생으로 경기고, 서울대 법대 및 대학원을 졸업했다. 2011년 12월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당시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함께 비대위원으로 활동했다. 박근혜 후보 캠프에선 정치쇄신특위위원도 맡았다. 하지만 지난달 15일 새누리당에 탈당계를 냈다.

 강경파 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 54명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이상돈 교수 영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친노(한명숙·윤호중·전해철·김현·최민희), 호남(박주선·강기정), 486(우상호·이인영)그룹 등 각 계파가 골고루 참여했다.

앞서 초·재선 의원 22명으로 구성된 ‘더 좋은 미래’도 김기식 의원 명의로 “이 교수를 당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성명을 냈다. 정청래(재선·서울 마포을) 의원도 “박근혜 정권 탄생의 일등 주역인 이 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걸 강행한다면 모든 것을 걸고 온몸으로 결사 저지하겠다”는 개인성명을 발표했다.

 박 위원장은 문재인 의원과 김한길 전 대표 등에게 사전에 이 교수 영입에 대한 구상을 설명하고 의견을 구했다. 문 의원 측 관계자는 “(박 위원장에게) 외부 인사 영입은 긍정적이지만 당내 반발이 우려된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말했다.

 애초 박 위원장은 조국 서울대 교수와 강준만 전북대 교수,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소설가 조정래씨 등을 비대위원장 후보로 염두에 뒀으나 이들은 모두 고사했다고 한다.

 이 교수가 비대위원장을 맡으면 공천제도 개혁을 포함해 당헌·당규 개정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러나 당내 반발이 극심해 영입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이 교수는 이날 YTN과 인터뷰에서 “박 위원장의 간곡한 부탁이 있어 심각히 고민한 뒤 내일 입장 발표를 하겠다”며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그간 이 교수는 칼럼을 통해 “야당 인사 중 정치가 전업인 사람이 많다”며 “야당도 이제 전문직·관료·학자 출신을 보다 많이 영입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선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진솔하지 않다.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청와대의 그날 상황에 대해 김기춘 비서실장이 당당하게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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