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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유통망 다 합쳐라 … 신동빈표 미래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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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신동빈(59·사진) 롯데그룹 회장이 ‘미래 유통’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소비자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쇼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옴니채널(Omni-Channel)’구축이 핵심이다.

  추석연휴 직전인 지난 5일 서울 소공동 롯데정책본부 대회의실에 롯데백화점·마트 등 19개 계열사의 대표이사가 모였다. 신 회장이 이날 ‘옴니채널 추진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주관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옴니채널의 추진은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다양한 유통채널을 갖춘 롯데가 성장을 지속하는데 아주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롯데의 옴니채널 전략은 백화점·마트·편의점·홈쇼핑·복합쇼핑몰·인터넷몰·모바일쇼핑 등 자사의 모든 유통채널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서 소비자가 마치 하나의 매장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하철 출근길에 스마트폰으로 롯데마트몰에서 장을 봤는데 갑작스런 야근으로 배송을 못받게 된 경우, 집근처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장 본 것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롯데월드몰 같은 대형복합쇼핑몰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매장 위치는 물론 자기 차를 주차한 위치까지 안내받고, 매장을 들어섰을 때 스마트폰으로 할인쿠폰을 받을 수 있는 옴니채널 서비스도 내년 말까지 도입할 예정이다.

 롯데의 옴니채널 전략은 시작부터 신 회장이 주도했다. 올 3월 그가 직접 “국내 유통업계에서 옴니채널이 빠르게 확산될 것이니 관련 전략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5월 심층 소비자 조사, 7월 관련 사장단 워크숍을 거쳐 이달 추진 위원회가 구성됐다. 올 연말에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롯데 통합회원제’를 시작하고, 내년 초엔 관련 연구센터인 ‘롯데 이노베이션랩’을 설립할 예정이다.

 신 회장의 옴니채널 전략은 미국 유통업체의 성공을 모델로 한 것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오프라인 유통 강자도 아마존·이베이 같은 온라인 유통업체에게 밀려서 고전했다. 미국 최대 백화점인 메이시스의 매출이 2007년 260억 달러에서 2009년 230억 달러까지 떨어질 정도였다. 메이시스는 옴니채널 전략을 돌파구로 삼았다.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가까운 매장에서 고객이 제품을 찾을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지난해에는 옴니채널 담당 사장직까지 신설했다. 매장에서 제품을 찾는 온라인 고객 비중은 20%까지 올랐고, 메이시스의 지난해 매출도 280억 달러로 증가했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도 매장에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제품을 스캔하고 장바구니에 넣어서 결제를 쉽게 하거나, 온라인 주문 뒤 결제는 매장에서 물건을 찾을 때 할 수 있는 등 옴니채널 서비스를 극대화하고 있다.

 신 회장의 의지는 확고하다. 5일 회의에서도 “옴니채널 전략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IT 기술력 확보가 중요하다”며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과 전략적으로 제휴하는 등 외부 투자까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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