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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위한 안정기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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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안정·능솔·균형을 지향하는 제5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은 지난 4차에 걸친 경제개발계획의 단계적 발전과정을 이어 받으면서도 운용방식만은 과거의 패턴에서 벗어나겠다는 의혹을 반영하고있다.
지난날의 경제개발계획이 국민의 기본수요와 빠른 공업화의 추진 등 여러 가지 목표에 쫓겨 정부주도로 성장과 인플레이션의 혼돈 속에 진행되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제5차 계획은 이러한 과잉욕구를 삼가고 무리한 중화학투자 등을 자제하면서 정부가 담당할 부문과 민간기업이 떠맡을 부분을 구획하고 있다.
투자의 핵솔성을 살리도록 민문주도경제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은 계획의 달성을 보장하는 가장 힘있는 요인이 되고있다.
이번 계획의 특징은 계획작성과정에서 지나치게 부각되어오던 이상형 사회개발계극이 후퇴하고 역시 경제성장이 양면에 나시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개발의 현실적인 요구가 반영되고 있다는 것은 현명한 선택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7.6%로 설정되고있는 연평균 경제성장솔은 당초 시안의 7.5%보다 약간 상회하고 있으나 이는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경제활동인구의 흡수, 또는 경제규모자체의 확대를 강력하게 소망하는 정책의지가 담겨있다고 해석된다.
성장과 분배를 함께 추구한다는 것은 당연한 요구지만 분배할 몫, 그 자체를 크게 가져가지 않는다면 경제계획의 의미가 반감 될 것은 명백하다.
우리의 경제발전단계에 비추어 성장잠재력을 충분히 동원하여 경제성장을 이루어나가고 고용기회를 보장함으로써 우선 기초적인 부의 분배를 해나가자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고 성장과 고 인플레이션의 악순환을 경험했던 쓰라린 기억에 사로잡혀 성장정책을 위협신하는 경향이 있으나 86년 목표연도의 1인당 GNP가 2천l백70달러 (80년 부섭가격)로 나와 있듯이 이제 중진망에 정착하고 있을 뿐이다.
이 같은 경제발전단계를 감안, 성장보다 분배가 앞서야한다는 논리에는 찬성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성장목표를 약간 상향 조정했다하여 조세부담솔을 당초시안의 21%에서 22%로 똑같이 올려놓은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투자재원을 조달하려면 국내저축솔이 4차 계획의 23.9%에서 27.4%로 증가해야 한다는 것은 인정하나 그것을 반드시 강제저축증가로 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계획 자체의 추진력을 민간경제 활동의 적극화에서 찾는다면 조세부담솔을 높인다는 정책은 재고할 여지가 있다.
재정면에서는 조세감면제도의 개편, 금융면에서는 저리정책금융의 축소 등을 내걸고 있는 한편, 정부행정조직의 능솔적 거론 등을 단행하려 하고 있으므로 조세부담의 절대적 증가보다는 세원의 이전으로 소요투자액을 확보하는 방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5차 계획 중에서 재정이 담당할 분야로 교육·주완을 비롯한 생활환경의 개선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고 성장·고 산업화를 정부주도로 이끌어옴에 따라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국민생활 애로부분을 해결하겠다는 올바른 정책적 발상이다.
계획의 주안이 민간경제의 활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국민의 참여가 어느 계획보다도 절실하다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성장력의 발휘를 주로 민간경제에 위임하고 안정성장에의 길을 닦는다는 원칙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초년 대 중반까지의 경제사회개발계획은 성안되었으므로 정부·기업·가계가 협력하여 이를 훌륭하게 마무리짓도록 해야할 것이다.

<일본외교의 신의>
한일회담은 일본측의 잇단 「결단」에도 불구하고 결렬되지 않고 막을 내렸다는게 성과라면 성과다. 이번 회담은 앞으로 계속될 어렵고 긴 협상의 시각에 불과했다. 사실 피차간엔 결정적인 양보를 한다거나 중요한 합의를 보기로 되어있지는 않았다. 회담결과가 지극히 불만스럽지만 다음 라운드를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나 회의 중에 충분히 나타난 일본측의 태도와 공동발표문이라는 것에 담긴 내용을 보면 이제 일련의 한일교섭을 앞두고 우리는 각오를 달리해야할 사태를 직감한다.
한국 측은 납득할만한 사정과 명분을 소상하게 성명하면서 일본측에 안보경협 60억 달러를 요구했다. 그러나 일본은 한마디로 안보와 경협의 연계를 거부했다.
공동발표문에 적힌 일본의 안보경협거절의 표현은 퉁명스럽기 짝이 없다. 『한국의 방위능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방위분담적 발상에 의한 대한경제협력은 할 수 없다…]일본은 국제사회에서 「경제적인 동물」이니「편협한 이기주의자」니 하는 비난을 줄곧 받아온 나라다. 말하자면 국제적인 「샤일록」의 이미지다.
그것은 일본은 신뢰할 수 없는 나라, 약자에 강하고 강자에 약한 나라, 후진 자원국에서 거의 일방적 이익만 취하고 구미의 시장진출에 수만 방법을 가리지 않는 나라라는 인상이 축적된 결과다.
대한안보경협의 거부도 말의 과장 없이 일본이 친명한 국제적인 약속의 위반이다. 일본은 『경제문제는 세계경제가 공유하는, 안전보장문제를 포함한 정치목적을 반영하고 거기에 영향을 준다』 (제1항) 는 오타와 선진국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 서명한 나라다.
그리고 5월의 미일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서도 『새로운 중기의 목표를 세워 정부 개발원조 (ODA)의 증액에 노력하고, 세계의 평화와 안정의 유지를 위해 중요한 지역에 대한 원조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 (제9합)라고 약속했다.
뿐만 아니라 「스즈끼」수상은「레이건」대통령과의 단독회담, 그리고 워싱턴의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으로 한국에 안보분담성격의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반론으로 말하더라도 한반도의 현상유지와 안정, 한국의 국력신장만큼 자유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중요한 지역이 몇 군데나 되는가.
하물며 구체적으로 일본자신의 안전에 대한 한국안보의 중요성에 가서는 재론 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다.
이번 회담에서 양측은 서로의 입장을 털어놓았다. 일본은 공동발표문에서 한일 간의 「특수한 역사적인 관계」를 고려해서 한국의 민생안정을 위해 「될 수 있는 한의 성의」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일본이 들추고 싶지 않았을 한일 간의 『특수한 역사적인 관계』를 지적한 것은 과거에 대한 보상의 심리가 은연중 바탕에 깔린 것이라고 해석된다.
돈을 가진 쪽은 일본이니까 안보경협을 못하겠다면 우리로서도 힘은 들지만 개발자금의 조달대상을 다변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도리밖에 없다.
그러나 안보는 감정론이나 특정 이웃에 대한 호·부호를 포함한 모든 것에 우선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일본에 상호의존관계와 지역협력강화(오타와 둔명 36함)의 정신에 따라 대국적인 자세로 안보경협에 대한 생각을 달리할 것을 촉구하면서 「될 수 있는 한의 성의」 를 기다려 보겠다.
일본이 내세우는 안보와 경협의 분리의 명분이 사실은 싼 이자의 정부개발원조를 억제하고 고금리의 차관이나 제공하겠다는 뜻임을 우리는 안다.
2 백억 달러가 넘는 한국의 대일 무역 적자, 일본의 GNP가 미국의 절반까지 올라갔는데도 방위비 지출에서는 미국이 국민 한사람 당 5백20달러, 일본이 80달러라는 몇 가지 통계만 보아도 일본은 한국에 저리의 안보경협을 제공할 능력과 의무가 있다.
일본이 말한 「될 수 있는 한의 성의」가 한일 간 새로운 협력의 기초를 다져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 한국과 일본의 공영의 길이 열리게 하는 것은 이제 일본의 손에 달렸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신의를 지키는 나라로서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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