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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창은 분위기가 중요해요"|무형문화재 김월하씨가 말하는 창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시조창의 일인자로 중요무형문화재 30호인 김월하씨 (64) 는 20일부터 25일까지 문예진흥원에서 열리는 국악제에 나가야하고 중앙일보에서 벌이는 시조창교실에서 강의를 맡아 지도해야하는 등 한여름을 바쁘게 지내고 있다.
높이 울리는 목청과 단아한 몸매가 64세의 나이를 감추어 춘다.
요즘 들어 시조에 대한관심이 높아지고 시조창을 배우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져 큰 보람을 느낀다는 김씨는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전국시우단체총연합회가 해마다 벌인 세종대상남여 시조경창대회가 사회적인 관심을 받지 못하고 몇몇 시조인들에 의해 외롭게 치러져왔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시조가 생활속에 파고 들어야합니다. 시조창은 특히 그러하지요.』
결혼식에서 축시조룰 불러주고 또 슬플 때는 조(조) 시조를 부르는 그러한 생활화가 안될 이유가 없다고 강조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서울을 비롯, 지방에서 시조창 강습이 많아야하고 전문교육기관도 늘어나야 하며 동호단체의 발족도 활발해야겠다는 주장이다.
『처음 시조창을 배운 것은 35세 때 였어요. 아주 늦은 셈이지요. 부산피난시절인데 삯바느질을 하다 신경성 위궤양을 앓게되었습니다. 이웃의 권유로 아침마다 대신동에 있는 구덕수원지에 산책을 갔는데 거기서 시조창이 무엇인가를 알게되었습니다.』
나이 든 사람들이 최모씨를 사범으로 모셔놓고 시조를 배우고 있는 것을 먼발치로 보고함께 다니던 노인에게 부탁하며 몇 곡 배웠다는 것.
금방 남다른 소질이 드러나 최씨의 소개로 명창현포 김태영씨 밑에 들어갔고 이어 부산국악원에 나가 두봉 이병성씨 밑에서 「어부가」 「수양산가」 「매화가」등 12가사와 시조를 거의 익혔다. 전국 시조경창대회에 나가 1위를 하여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됐다고 한다.
김씨는 어릴때 아버지와 삼촌이 시조창을 하는 것을 자주 들었고 외할머니도 『행실록』등을 읊조리는 것을 보았다니 소질을 타고난 셈이다.
시조창을 배우려는 사람에게 김씨는 기본적인 것을 익히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고 2∼3년이면 나름대로 시조창을 할수 있다고 말한다.
『시조의 기본적인 곡조는 정간보 (정간보) 라 하여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데 일정한 틀이 있습니다. 즉 초장이 5·8·8·5·8 박자, 중장도5· 8· 8· 5· 8, 종장이 5·8·5·8박자, 모두 94박자의 기본곡조로 되어있습니다.』
변화를 주는 것을 「시김세」라고 하는데 시조창을 배우면 자연히 알게된다고. 시조창을 할때는 먼저 정중한 자세를 가질 것을 김씨는 강조한다.
『시조창은 분위기가 중요합니다. 한곡의 시조를 노래할 때는 대개 4∼5가지 각기 다른 분위기를 지녀야하는데 첫시작은 소위 장강유수 (장강유수)라 하는 것으로 강물이 유유히 흐르는 듯한 분위기를 내야합니다.
이어서 고산방석 (고산방석) 즉 높은 산에서 돌이 쏟아지듯 노래하고, 평사낙안(평사낙안)즉 모래밭에 기러기 앉듯 사뿐한 곡조가 뒤따릅니다. 마지막으로 원포귀범(원포귀범) 즉 먼 부두로 돌아오는 배와 같이 유유한 맛을 내지요.』
이같은 분위기만 알고 시조를 조금 외어둔다면 어떤 때라도 시조는 쉽게 부를수 있으며 사설시조나 가사도 응용하여 부를 수 있다는 것.
창법은 서울·경기지방이 맑고 여성적이며 지방이 남성적인 차이가 있으나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73년 중요무형 문화재가 됐고 현재 국립국악원 연주원겸 교수·국악예술학교강사·국악협회 부이사장 등을 맡아 시조창보급에 앞장서고 있는 김씨는 김경배·김영기·이승윤씨 등대를 이을 시조인들이 있음을 든든해한다.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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