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제SU-22리비아기 격추는 미F-14기의 "전자장비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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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대의 미해군 F-14전투기(일명톰캐트)들이 리비아의 소련제 SU-22전투기 2대의 공격을 받고, 즉시 반격에 나서 이들을 단번에 격추시켰다. 과연 미국의 발표대로 SU-22가 선제 공격을 가했다면 어째서 F-14는 멀쩡한데 SU-22만이 격추되었을까. 그것은 한마디로 전자장비의 승리라고 말할 수 있다.
1차대전때의 공중전은 지금 생각해보면 퍽 낭만적이었다. 그당시의 공중전은 조종사 뒤의 사수들이 상대방에게 기관총을 휘둘러 댔다.
2차대전때는 상당히 진보해 전투기에 고정된 기관포로 상대를 공격하게 됐다. 좀 더 높은 위치에서 빠른 속력으로 내러오면서 어림잡아 여러발을 쏘다보면 그 중에 몇발은 맞을수도 있다는 공중전이었다.
50년 6·25전쟁때만해도 양쪽의 조종사들은 전투기의 참을 통해 상대방을 노려보면서 상대방의 꽁무니쪽에 기관포가 있는 내 비행기의 앞을 향하게 하느라고 묘기를 부려야했다.
그러나 제트엔진이 나와 비행기의 속도가 음속에 접근하면서 눈으로 보고 싸우는 공중전은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사람의 눈올 대신하는 레이다에 의한 전자공중전이다.
밤이나 구름 낀 날에도 조종사 앞에 놓인 5인치 정도의 TV화면 같은 스크린을 들여다 보면서 스크린상 십자눈금 한 가운데 적기의 흔적이 들어오도록 비행기를 조종해 십자중앙에 왔을때 조종간 위에 붙은 단추를 누르면 기관포가 나가 적기를 격추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백발백중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입증되자 좀더 민감한 레이다와 공대공미사일을 합친 새롭고 좀더 완벽한 공중전이 고안되었다.
이렇게 해서 탄생된 것이 미국의 F-14, F-15, F-16시리즈다.
그 중에서도 이번 SU-22와 공중전을 벌였던 F-14는 미국이 자랑하는 최신예기.
F-14에는 3종류의 공대공 미사일16기가 장착되어 컴퓨터와 세트를 이루면서 적기를 공격한다.
사정거리 1백10∼1백65km로 원거리용인 피닉스미사일은 6기로 자체레이다와 F-14기의 컴퓨터가 보내는 유도신호를 받아 적기에 명중된다.
사정거리 25km의 중거리용 스패로도 6기로 발사되며 자체레이다를 갖고 적기를 찾아간다. 사점거리11km의 사이드와인더는 4기로 적기에서 나오는 엔진열의 적외선을 따라가도록 돼있다.
F-14가 채택한 휴즈사의 AWG9무기컨트롤 시스템은 반경 수십km에서 사용하는 다른 기종에 비해 단연 앞선다.
적외선 감지장치와 레이다가 연결된 이 장치는 고도3만m에서 반경 2백l5km 내에 있는 적기를 찾아낼수 있다.
예를들면 F-14가 서울상공에 떠있을때 평양상공에 떠있는 적기를 알아낸다.
일단 적기가 반경 10인치의 스크린에 걸려들면「로크·온」장치를 걸게된다. 그러면 컴퓨터는 상대방 비행기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서 적기를 체크해 F-14가 접근하도록 유도해준다.
그뿐 아니라 적기가 레이다를 속이기 위해 알루미늄 조각등 위조비행물질을 뿌려도 속지않고 진짜 비행기를 쫓아가도록 유도한다.
F-14는 적기에 대략9∼1백km정도에 접근하면 미사일을 발사한다. F-14는 적의 편대를 만나도 두려울것이 없다.
2백km밖의 적기의 펀대를 알아내면 1백km근처까지 접근, 6기의 피닉스를 동시에 발사한다. 그러면 컴퓨터는 한개 한개의 미사일이 각각 다른 적기에 명중되도록 유도해 적의 편대를 부숴버린다.
적기쪽에서 보면 레이다 상에 아무런 흔적도 없는데 앉아서 날벼락을 맞는 셈이 된다.
한마디로 말해 현대의 공중전은 얼마나 우수한 전자장비를 갖추느냐가 투명인간을 만드는 약이 되어 방심하고 있는 적의 잔등에 접근, 칼을 찌르는 것과 마찬가지의 양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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