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하키 심판 신정희양|하키를 인기 종목으로 만드는게 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하키스틱으로 공을 몰고 가는 선수를 따라 쌍방팀이 엉켜든다.
하이볼. 반칙이다.
선수들을 따라 넓은 운동장을 달리고 뛰던 필드하키 심판 신정희양(26)의 날카로운 휘슬소리가 울린다. 휘슬소리와 심판의 지시에 따라 선수들은 다시 전열을 가다듬는다.
축구보다 거칠다는 필드하키에 처음으로 여성심판이 탄생, 남성 못지 않은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신장 1m59㎝의 신정희양이다.
필드하키는 스틱이라는 도구를 써서 게임을 하는 경기여서 축구보다 오히려 거친 경기로 통하고 있다. 때문에 구기가운데 제일 먼저 필드하키에 여자심판이 탄생했다는 것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필드하키가 거친 경기이긴 하지만 신장에 구애 없이 선수가 될 수 있고 여성들에게도 어울리는 경기입니다. 아직은 비 인기 종목으로 팀이 많지 않으나 앞으로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어요.』어릴 때 몸이 무척 약했던 신양은 평택여중에 입학하면서 교내 하키팀에 들어갔다. 하키를 하고 나서부터 건강해졌을 뿐더러 볼과 스틱, 그리고 사람의 일체감을 맛볼 수 있는 하키의 매력에 선수가 되고 이젠 하키를 전공한 체육인이 되었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47년에 처음으로 선보인 필드하키는 57년부터 본격적인 팀 활동이 시작되었으며 평택여·중고의 필드하키팀은 여·중고 하키팀을 리드해온 팀으로 꼽힌다. 신양이 구기종목에서 드물게 여자심판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중학시절부터의 선수생활 덕분으로 볼 수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인천체육전문대학에서 필드하키 선수 겸 코치로 있던 신양은 79년 심판 및 지도자 강습을 받고 시험을 거쳐 필드하키심판이 되었다.
정식 심판자격을 얻은 것은 지난4월. 그 동안 20여 게임의 심판을 보아왔다.
현재 우리나라 필드하키팀은 모두 80개. 이 가운데 여성팀이 25개다.
신양은 남자필드 하키팀의 심판도 보지만 주로 여성팀의 심판을 많이 맡아왔다.
『호주나 인도·파키스탄에는 필드하키가 인기종목으로 첫손 꼽히고 있어요. 특히 여성 하키팀의 활약이 눈부신데 그 만큼 여성에게 어울리는 운동이라는 이야기가 되겠지요.』
신양은 여성선수들을 가르칠 때 비록 와일드한 경기이긴 하지만보다 예쁘게 뛰고 매너를 지키도록 가르친다.
처음 심판을 볼 때 호루루기 소리가 너무 작다는 평을 받았으나 이젠 누구 못지 않게 날카로운 소리를 낼 수 있다.
20여 게임의 심판을 보면서 한번도 선수나 코치로부터 항의를 받아보지 않았다는 것이 신양의 자랑.
심판은 경험을 쌓아 가는데 따라 능력이 쌓여 간다는 것을 세상 실감하고 있다고.
오는 24일부터 30일까지 일본에서 열리는 제1회 아시아 여자필드하키선수권대회에 국제심판 자격으로 초청된 것을 신양은 또 하나의 행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대표팀을 이끌 고가 아시아선수권대회 심판을 보고 곧 이어 국제심판 테스트를 받을 기회가 온 것이다.
아직은 국제심판 자격이 없지만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테스트 이전에 일단 심판자격을 주기로 되어있다고.
테스트에서도 최선을 다한다면 꼭 자격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신양은 장담하고 있다.
평택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신경신씨(65)의 1남4녀중 막내인 신양은 여고졸업 후부터 줄곧 서울에서 자취생활을 하고 있다.
거친 운동을 하기 때문에 성격이 남성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신양은 오히려 남달리 무드를 좋아하고 집안을 꾸미거나 요리하는데 취미가 있다고 스스로를 평한다.
결혼상대가 될 남성은 자신의 직업을 인정해 주는 포용력 있는 사람이라야 한다고. 그러나 내년에 일본에 가서 이론적이고 체계적인 체육공부를 마칠 때까지는 결혼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공부를 마치고 귀국하면 아직 비 인기종목인 필드하키를 우리나라에서 꼭 인기종목으로 만들어 놓겠다고 다짐한다.
『스피디하고 격렬한 운동은 사실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특히 예민한 감각과 순발력을 요구하는 하키는 여성들의 운동이라 말하고 싶어요.』
신양의 하키예찬론은 끝이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