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농구, AG 불참 고려…귀화 선수 규정 뭐기에?

중앙일보

입력

 
19일 개막하는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필리핀 남자농구 대표팀이 귀화 선수 문제로 대회 불참까지 고려하고 있다.

필리핀스타, 비지니스온라인 등 필리핀의 매체들은 10일(한국시간) "필리핀 농구협회가 미국에서 귀화한 센터 안드레이 블래치(28)를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시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블래치의 아시안게임 출전 자격이 없다는 유권 해석에 반발해 농구 종목에 불참을 검토하고 있다"고 일제히 전했다.

미국프로농구(NBA) 브루클린 네츠에서 뛰고 있는 블래치는 필리핀의 핵심 선수다. 이달 초 스페인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조별리그에서도 필리핀 대표로 출전해 5경기 평균 20점·1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필리핀은 인천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에도 블래치를 포함시켜 대회 조직위원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OCA가 이에 제동을 걸었다. '귀화 선수는 해당 국가에 3년 이상 지속적으로 거주해야 한다'는 아시안게임 선수 자격 규정 50장을 위배했기 때문이다. 필리핀은 FIBA가 주관하는 월드컵뿐 아니라 올림픽에도 이와 같은 규정이 없는 것을 들며, 패트릭 바우먼 FIBA 사무총장 명의의 서한까지 OCA에 제출하며 압박했다. 바우먼 사무총장은 서한을 통해 "블래치가 FIBA 주관 대회에서 필리핀 대표로 뛰었기 때문에 아시안게임에서도 출전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OCA는 원칙론을 고수했다. 필리핀 농구대표팀은 이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아시안게임에 불참하거나 스포츠중재재판소(CAS)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

아시아 농구는 2000년대 중반부터 귀화 선수 바람이 불었다. 카타르·바레인 등 중동 국가들이 미국 출신 선수들을 귀화시켜 대표팀의 주축 자원으로 활용한 게 한국·일본·필리핀 등으로 확산됐다. 지난해 열린 아시아선수권에는 15개 참가국 중에 10개국이 귀화 선수를 활용했다.

귀화 선수가 대표팀 전력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관련 규정도 강화됐다. FIBA는 아시아 팀들의 잇따른 귀화 선수 활용에 지난 2007년 "한 국가당 귀화 선수는 단 한 명만 뛸 수 있다"고 규정을 못박았다. OCA도 기존에 명문화돼 있던 규정을 최근 들어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5월 대한농구협회는 한국 프로농구에서 6년동안 뛴 애런 헤인즈(SK)를 귀화시키려다 해당 규정에 걸린 걸 뒤늦게 알고 철회했다. 대만도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부터 꾸준하게 대표팀에 뛰던 퀸시 데이비스(31)를 아시안게임 엔트리에 넣었지만 OCA로부터 출전 불가 통보를 받았다.

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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