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진 학·예술원…활성화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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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 4월 문화보호법개정으로 사실상 기능정지상태에 있었던 학·예술원이 12일 공석 중이던 정회원 64명(정원 72명)을 충원함으로써 새로운 컬러로 출범하게 됐다.
70세 이하의 정회원으로 이미 재임명됐던 78명과 함께 1백42명으로 우리나라 학·예술을 대표하게 된 새 학·예술원의 두드러진 특징은 우선 평균연령이 크게 낮아졌다 것. 학술원은 전보다 8·7세나 낮아진 61세, 예술원은 5·7세 낮아진63·7세가 됐는데 이로써 종래 상징적인 기구처럼 존재하던 학·예술원이 활력을 가지고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당국의 계산인 것 같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비슷한 수준에서 탈락한 인사들의 불만은 그렇다 치더라도 새로 임명된 정회원들이 ▲중앙집중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 ▲분야별 안배에 실패했다는 것 등은 앞으로 두고두고 문제가 될 소지를 안고 있다.
우선 학술원의 신규 정회원을 소속 대학별로 분류해 보면 44명중 4명만이 지방대학이라는 중앙집중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것만 가지고 지방대학에 대한 차별대우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지방대학으로서는 당연히 소외감을 낄 것이다.
또 분야별 안배를 위해 자격미달인 사람을 회원으로 임명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특정분야에 편중됐다는 인상을 씻을 수 없는 것도 이번 신규임명의 눈에 띄는 현상이다.
가령 언문과학부 제1분과(철학·윤리·논리·미학·종교·신학·교육·심리학)의 경우를 보면 미학·종교학·신학전공의 학자는 전과 마찬가지로 1명도 추천되지 못 했다. 또 제2분과 제3분과에서도 신문학이나 인문지리·인류학전공학자는 신규임명이 없으며 자연과학분야에서는 천문·기상·가정·광물 등 많은 분야가 회원을 내지 못했다.
예술원의 경우에도 문학분야 (제1분과)에서 소설가3명, 시인4명만이 신규임명 됐을 뿐이며 미술분야(제2분과)에서도 서양화 3명, 동양화·서예 각1명만이 신규 임명돼 다른 장르는 배제됐다.
당국은 이런 부조화를 감안, 8명의 정회원을 공석으로 남겨 놓고 있으나 고작 이 숫자만으로 그 같은 부조화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신규임명에서 제외된 언사들의 불만은 서로 성격이 다른 분야끼리의 상대적 평가기준이 과연 얼마나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추천과정에서 회원 2백 명 이상의 학술단체에만 추천 권을 준 것도 학술을 질보다 양에 의거해 도매금식으로 평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어쨌든 새로 출범한 학·예술원의 과제는 당국이 기대하는바 어떻게 활성화시킬 수 있느냐 하는 것. 당국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을 세워 놓지 못하고 있다. 당분간은 기존의 사업을 계속하면서『신진회원들의 자율적인 활성화에 기대한다』고만 말하고 있다.
예산 면에 있어서도 양원이 자체 사업을 벌여 예산의 지원이 필요한 경우에는 이를 뒷받침하겠다고 말하고 있어 학·예술원의 눈에 띄는 활성화 양상을 당장은 기대할 수 없지만 젊어진 인적구성으로 많은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양원은 월내에 총회를 각각 열어 정회원들의 활동방향선정 및 준회원(학술원 5백 명·예술원 1백50명)선출방법·대상·규모 등의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의 실명으로는 준회원을 굳이 6백50명 정원을 모두 선출하지는 않을 것이며 앞으로 원의 운영은 정회원 중심으로 하되, 원로회원들의 권위는 충분히 인정하면서 준회원들의 학문적 저변 확충에 노력한다는 것이다. <안길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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