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장쩌민 사망설 왜 나오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추석 연휴 이틀째인 7일 중국에서 장쩌민(江澤民·88) 전 주석의 사망설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시작된 소문은 외신과 외교가로 퍼지면서 사실 확인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함구하고 있어 그의 생사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망설이 처음 나온 것은 4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를 통해서다. 장 전 주석이 이날 오전 10시8분 베이징(北京) 301병원에서 방광암이 악화돼 사망했다는 글이 돌기 시작했다. 301병원은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으로 주로 국가 지도자들의 치료를 전담하는 곳이다. 사망 시간과 지점이 구체적이어서 사실이 가능성이 크다고 본 해외 언론이 이를 추적했으나 확인이 되지 않았다. 다만 7일까지 신화통신이나 중국 당국의 발표가 없어 당시 사망 소문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중국 당국은 국가 지도자가 사망할 경우 권력 투쟁 등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곤 2시간 이내에 사망 사실을 발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의 사망설은 7일 오전에 다시 불거졌다. 중국 주재 외신과 외교가에 확산한 이 소문은 장 전 주석이 오전 10시 301 병원에서 방광암으로 사망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날 오후까지 중국 당국의 공식 발표는 없었다. 이번 사망설 역시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최근 들어 장 전 주석이 사망설이 자주 나온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 그의 지병이다. 장 전 주석은 방광암과 전립선암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달 30일 일본의 도쿄신문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그가 상하이에서 방광암이 악화돼 병원으로 후송됐다고 보도했었다. 특히 그는 올해 88세로 암이 아니더라도 건강을 유지하기 어려운 고령이다. 이 때문에 그의 입원과 사망 여부는 중국 정가의 관심사가 된지 오래다.

둘째 최근 중국의 정세도 그의 사망설을 부추기는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지난 7월 말 중국 공산당 기율위기가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정법위원회 서기에 대해 규율 위반 혐의로 조사를 시작하자 장이 심한 충격을 받아 쓰러졌다는 것이다. 저우는 장의 최측근이자 정치적 동반자이다. 또 장 전 주석의 큰아들 장몐헝(江綿恒)과 저우 전 서기의 아들 저우빈(周濱)은 상하이에서 정유회사를 공동 운영하며 수억 달러에 달하는 부를 쌓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주도하고 있는 부패척결이 장의 일가를 겨냥할 수 있다는 시사다.

셋째 시 주석의 정상외교 일정도 사망설 확산과 무관하지 않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외교부 홈페이지에 “중국 정부와 파키스탄 정부는 시 주석의 이달 국빈 방문 계획을 늦추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9월 중순 파키스탄을 국빈 방문할 계획이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직후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시 주석의 방문 연기가 장 전 주석의 사망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았고 7일 장 전 주석 사망설이 빠르게 퍼졌다. 중국 외교 당국자는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3주 간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면서 치안문제가 대두 되는 등 파키스탄 국내문제로 방문이 연기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외교가는 이를 믿지 않는 분위기다.

한편 중국의 한 정보소식통은 7일 “장 전 주석은 현재 허베이(河北)성 베이다이허(北戴河)에 의료진과 함께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건강이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그의 사망 여부는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다이허는 휴양지로 중국 국가지도부는 매년 여름 이곳에서 휴가를 겸한 회의를 열어 국가 주요 현안을 결정한다. 지난달 열린 회의에 장 전 주석은 참석하지 않아 시 주석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사진 로이터=뉴스1, 뉴시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