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회 기술사 시험에 합격한 국립공업연구원 임공예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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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부지런한 사람은 대학졸업하고 10년 정도 있으면 따내는걸 져는 20년을 훨씬 넘겼으니까 자랑스러울 것도 없지요. 오히려 제 게으름을 내보인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지난달 31일 최종합격자가 발표된 제19회 기술사 자격검정에서 정화자씨(33·전자계산조작 응용주식회사「고스디」개발부장)와 함께 홍일점을 기록한 임공예씨(48·수질관리·국립공업연구원 공업용수 연구실)는 기쁨 속에서도 겸손의 한마디를 잊지 않는다.
기술사란 해당기술분야에 대한 고도의 전문지식과 실무경험용 바탕으로 연구·계획에서부터 운영·시공·평가까지를 해낼 수 있는 기술계 최고의 능력자. 따라서 기술사 자격시험은 기술계의 고시라 불릴 만큼 어려운 관문인데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후 7년의 실무경력을 쌓은 사람에게만 응시자격이 주어지는 게 일반고시와는 다르다.
올해의 경우 모두 3천2백10명이 응시, 경력심사·필기시험·구두시험을 거치면서 3백5명만이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공업용수의 수질분석·공장폐수의 처리 등을 연구하는「수질관리」가 임씨의 전문분야.
『환경오염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앞으로 상당히 각광받을 것 같다』고 전망하는 그는 58년 서울대 문리대 화학과를 졸업, 곧바로 국립공업연구원(동숭동199)에 들어와 23년 동안 공업용수연구에만 몰두해온 동숭동 터줏대감이다.
치과의사 이상신씨(49)와의 사이에 2남2녀. 아이들 중의하나쯤은 화학을 택해 엄마 뒤를 이어주기를 바라고 있는데 어릴 때는 무턱대고 나가지 말라고 졸라 애를 먹였지만 이제는 일하는 엄마를 이해하고 도와주는 것이 여간 흐뭇하지 않다고.
앞으로 여건이 허락할 때까지 연구실을 지키고 싶다는게 그의 소박한 꿈이다.
64년 이후 지금까지 총3천2백11명이 배출된 기술사중 여성은 지난해 합격한 박광자씨(41·금속표면처리·국립공업연구원) 정영선씨(41·조경·청주대조교수)를 포함, 모두 4명이다.
나란히 합격한 정화자씨는 연세대 도서관학과출신으로 현재 일본출장 중이어서 인터뷰에서 빠졌다. <이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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