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이비인후 질환|후두암(9)|문영일<이대의대교수·이비인후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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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 5년전 어느 남자고등학교 교감선생님이 한달 이상 목이 쉰데다 가래가 끓어 학생들을 가르치기 어렵다고 찾아왔다. 간접 후두경으로 진찰해보니 성대의 움직임은 정상적이나 우측 성대 중간부에 쌀알만한 혹이 생겨있었다.
일단 악성종양(암)으로 인정되어 수술을 겸한 조직검사를 해보니 역시 후두암이 틀림없었다.
그후 방사선치료와 항암제요법을 병행하여 좋은 효과를 얻었을 뿐 아니라 쉰 목소리도 정상을 되찾았고, 지금까지 정기적으로 다니며 진찰을 받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는 상태다.
후두암이라고 하면 성대나 그 주위조직에 생겨나는 암을 통틀어 일컫는다.
성대에 암이 생기면 금방 목소리가 쉬게되어 조기에 발견하기 쉽지만, 그 주위에 생긴 암은 말기에 가서야 목소리에 변화가 생기므로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손쓰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후두암은 몸에 열이 나는 것도 아니고 초기에는 전신의 건강상태도 양호하기 때문에『목소리가 쉬는 정도쯤이야』하고 가볍게 지나치는 수가 많다.
후두암이 왜 생기는지 확실히 밝혀진 적은 없지만 외국의학서적에 기재된 다용 공식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L·C=A+S+C+I+H+XYZ
여기서 L·C는 후두암의 약자이고 A는 나이(AGE)로 40대 이상 60세 사이에 많이 발생한다. S는 성(SEX)으로 후두암은 여자보다 남자에게서 8∼10배나 더 많이 나타난다.
C는 후두점막의 노인성병화(CHANGE)를, I는 술이나 담배 같은 자극성 물길의 섭취 유무, 무리한 목소리 사용에 따른 자극(IRRITATION)을 의미한다.
H는 유전(HEREDITY)이나 암에 대한 감수성·저항성 등 혹시 유전될지도 모르는 체질(암 자체가 유전되는 것이 아님)을 나타내며, XYZ는 아직까지 밝혀내지 못한 미지의 요소를 표시한다.
후두암은 크게 내암과 외암으로 분류한다.
내암은 성대자체에 암 조직이 생기는 것으로 목소리가 쉬는 것이 특징이며, 외암은 그밖의 부위에 생기는 것으로 약간 불쾌감을 주거나 목안에 무슨 덩어리가 걸리는 듯한 막연한 증상밖에 없다. 또 외암이 생기는 곳에는 임파선이 풍부하여 이곳을 통해 다른 곳으로 전이되는 수가 많아 예후가 훨씬 불량하다.
그런데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가 있다.
일부 사람들은 의학서적을 탐독하거나 건강에 관한 이것저것을 읽다가 자기혼자서 후두암의 진단을 내리고 고민에 빠진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람들은 극도의 신경증에 빠져, 정밀검사를 통해 암이 아니라고 해도 위로하는 말로만 해석할뿐, 병원을 믿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때로는 오히려 넘겨짚어『그러지 말고 진실을 얘기해달라』는 사람도 있는데 심한 경우는 정신신경과의 치료를 권유하게 된다.
이와 반대로 후두암으로 확진된 환자에게 어떤 방법으로 사실을 알려야 되는가도 의사들만이 갖는 어려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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