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경북 월성군 양화면 봉길 해수욕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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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왕의 우국성석은
소신 후 용왕되사
저 바위 저 길목에
숨어들어 계셨다가
해천을 덮고 나는
적귀를 조복하시고…
1940년7월 봉길 해수욕장 북쪽에 서있는 우현 고유섭 선생의 시『나의 잊히지 못하는 바다』중에서 대왕암을 새겨 넣은 시비의 내용이다.
신라천년고도 경주에서 동쪽으로 보문단지와 덕동호수를 지나 잘 닦여진 도로를 따라 감포읍 쪽으로 26㎞정도 달려가면 월성군 양북면 어일리, 이곳에서 다시 남쪽으로 8㎞정도 내려가면 백사장과 검은 자갈돌로 이루어진 길이 2㎞, 폭50m의 봉길 해수욕장에 닿는다.
죽어서 용이 되어 왜구의 침입을 막겠다던 문무대왕의 해중릉(사적 158호)이 1백여m 앞쪽에 자리하고 뒤로는 토함산의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녹과 청의 오묘한 조화를 자아내는 곳으로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바닷물과 토함산에서 흘러내리는 대종천이라는 청결한 담수가 있어서 담수욕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대종천과 동해가 만나는 지점을 동해구라고 부르며 이 고장 사람들은 신성시하며 검은 자갈은 모난 것이 하나도 없으며 또 주먹 정도의 크기도 보기가 어려워 장난질하기가 좋은데 이것을 자루에 담아서 팔기도 하니 얼마 안가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해수욕장 곁에는 유서 깊은 명승지가 많아 역사관광을 겸할 수도 있는데 신라31대 신문왕이 부왕의 뜻을 기려 대왕암이 바라다 뵈는 곳에 정자를 지어 수시로 행차했다는 이견대(사적159호). 부왕이 짓다만 사찰을 완성하여 은혜에 감사한다는 뜻에서 감은사라 했다는 감은사지(사적31호)는 요즘 발굴조사작업이 한창이고 국내최대인 국보112호인 3층 석탑 2기와 깨어진 기왓장, 문무왕이 호국의 용이 되어 법당 안으로 드나들었다는 유구가 눈길을 끈다.
감은사지 5백m 앞에는 용이 승천하면서 못이 생겼다는 용연이 있는데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고 홍수가 나도 모래가 덮이는 일이 없는 신기한 곳이다.
교통편은 일단은 경주까지 가야된다(물론 울산에서 북상하거나 포항에서 구룡포를 거쳐 내려와도 되겠지만). 고속버스는 경주까지 4시간15분 소요에 4천4백60원, 새마을호는 상오9시, 하오4시 두 차례 운행되며 4시간40분 소요에 보통실이 1만1천1백원. 경주에서 볼길리까지는 시외버스 종합터미널에서 양남행을 타고 가다 해수욕장 앞에서 내린다(1시간소요 5백60원). 포항∼울산간의 국도변이며 특히 울산∼방어진∼봉길∼대본∼감포읍∼구룡포∼포항시를 연결하는 해안드라이브코스는 풍치는 물론 동해의 조망이 좋다.
인심이 좋아 아무데에서나 내려도 숙식걱정은 안해도 좋지만 해수욕장에서 민박하면 조용하여 해수욕장을 전세 낸 기분이고 남쪽의 나아리 해수욕장엔 여관·여인숙도 많으며, 대본 해수욕장의 시설이나 10㎞북쪽의 감포읍의 여관·여인숙을 이용해도 된다.
박현(한국관광안내연구소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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