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가지만 마음은 남겨두고…|이한하는 독일문화원장「레히너」박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몸은 가지만 마음은 두고 간다는 말이 저의 경우를 두고 한 말인 것 같습니다. 좋은 친구들이 많은 나라라 언젠가 다시 한번 오고 싶지만, 그것은 운명이 시키는 일이니까 제가 장담할 수야 없지요.』
만2년7개월간의 주한 독일문화원장직을 마치고 20일 다음 부임지인 인도를 향해 떠난「게오르그·레히너」박사(47).
웨이브가 진 긴 머리, 회색눈, 크고 뚜렷한 이목구비가 이루는 인상은 고집이 강한 뚜렷한 개성을 느끼게 한다. 그가 원장으로 있으면서 행해온 각종 음악회·강연회·전시회 등 일련의 문화행사는 주한 독일문화원을 한국에 있는 그 어느 외국문화원보다 활기 있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음악이었습니다. 우수한 독일음악가들을 초청해 열었던 여름음악학교, 마스터클래스는 특히 기억에 남는군요. 일련의 행사를 통해 한국의 재능 있는 음악도 들을 여럿 발견했던 것은 큰 보람이지요.
또 그가 한국에 재임하던 기간 중 유엔이 제정한 세계어린이 해(79년), 세계장애자의 해(81년)를 맞아 세계어린이 사진전, 독일어린이영화 상영회, 취학 전 어린이문제 심포지엄, 보요타식 장애자 진단법 세미나 등을 주최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고「레히너」씨는 회고했다.
뮌헨대학에서 불문학·영어·철학을 공부한 그는 초기 프랑스·서사시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음악 무용 미술영화 등 다양한 예술의 형태에 깊은 관심과 상당한 식견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그는 인도를 주제로 한『생의 양식』등 5편의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71∼74년 사이에는 지금은 그의 아내가 된 인도의 고전무용가인「소날·만싱」씨 등으로 구성된 인도 전통무용단을 이끌고 북미와 유럽지역을 순회하기도 했다.
그동안 한국 안에서만도 연간 5만 달러 규모의 각종 문화행사를 주최해 왔다는 그는 오는10월9일 제1회 수상자를 낼 독일작품 번역상을 뒷마무리하지 못한 것, EEC 가맹국끼리의 미술작품순회전시회를 한국에 유치하지 못했던 것 등이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오는 9월 봄베이의 막스물러파반(독일문화원)의 원장으로 부임한다. <박금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