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입자가속기 곧 등장-서울대 원자핵 공학팀 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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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현대물리학의 꽃인 국내 최대의 실험용 입자가속기가 순수한 국내연구진에 의해 제작되고 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정기형·최병호 교수 팀은 지난 79년부터 입자가속기 제작에 착수, 60%의 공정이 끝나 8월말 1백50만V까지 울리는 전압실험을 할 계획이다.
가속기란 전기를 띤 작은 물질인 이온에 높은 전장을 걸어서 가속, 다른 물질에 부딪쳐 봄으로써 그 반응을 볼 수 있는 장치다. 한마디로 원자책 내부를 들여다보는 유일한 기구다.
정 교수 팀이 제작하고 있는 가속기는 탄뎀형으로 양성자(수소이온)나 중양자(중성소이온)를 3백만 전자볼트까지 가속시켜 해견환 ·비파괴검사·의학용에 이용할 수 있는 것.
가속기는 높이4·5m, 직경 l·5m크기의 원통형으로 이온이 원통을 통과하면서 가속되어 나온다.
이온의 이동 경로는 이온발생장치 →90도 꺾여 압력용기 속으로→고전압에 의해 가속→90도 꺾여 →산란상자로 들어간다.
산란상자는 10㎝두께의 납으로 둘러싸인 일종의 격납고로 가속된 이온이 핵변환을 보려는 물질과 충돌하는 곳이다.
원자핵의 내부를 탐색하기 의해서는 가속된 입자로 원자핵을 깨뜨려 여기서 튀어나오는 입자를 보거나 변환된 것을 분석하면 된다. 이것은 비밀상자 속에 무엇이 있으며 구조는 어떤가를 알아보려고 할 때 쇠공을 던져 깨뜨려 퉁겨 나온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것과 같다.
또 쇠공과의 반응을 분석해 비밀상자의 구조와 성분을 알 수 있는 것과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제작하고 있는 가속기의 규모는 세계적으로는 아주 소규모에 속한다(외국은 보통 1천만 전자볼트 이상) .
그러나 한두 부품을 제외하고는 순전히 국내기술과 자재로 처음부터 끝까지 제작한다는데 의의가 있다.
여기에 들어간 주요부품은 두께 13㎝, 직경1·5m, 길이4·2m의 압력용기, 2t짜리 전자석, 7t의 산란상자 등이다.
제작진은 공대에서 쓰던 보일러를 개조, 압력용기로 쨌고 전자석은 폐기 처리한 것을 수선해 이용하는 등 모든 부품을 실제로 쇠를 깎아 만들고 있다.
정 교수 팀은 그동안 인도의 바바원자력연구소·일본구주 대학 등과 정보교환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가속기 제작의 파급 효과로 『우선 가속기에 대한 기술축적으로 국내에 차관으로 도입된 소형가속기를 개선 및 수선할 수 있고, 국제원자력 기구에서 받기만 하던 핵 정보를 교환하는 입장으로 바뀌게된다』고 절명하고 1억원 정도 들어가는 제작비의 확보가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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