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개화 사상|강재언 저 정창렬 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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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재일 교포로서 근대사, 특히 근대 사상사 전공자인 저자는 「조선 근대사 연구」 (1970), 「근대 조선의 사상」 (1971), 「근대 조선의 변혁 사상」 (1973), 「조선의 양이와 개화」(1977) 등의 저서로 오래 전부터 국내 학계에 알려졌고 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일본에서 우리 역사를 전공하고 있는 학자가 상당수 있고 일본 학계는 물론 국내 학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지만 그들의 저서가 국내에서 번역 출판된 것은 「한국의 개화 사상」이 처음이 아닌가 한다.
이 책은 원저의 서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정확하게는 「한국의 유교와 개화 사상」을 쓴 책이며, 또 달리 표현하면 「성리학에서 실학으로, 실학에서 개화 사상으로, 그리고 개화 사상과 독립 운동」을 거시적인 안목으로 정리한 책이다.
우리 중세를 지배한 성리학적 세계관을 극복하면서 「근대 지향적」인 실학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그것이 다시 「근대적인 개화 사상으로 어떻게 전환되었는가, 식민지 시대로 접어들면서 그 개화 사상이 또 독립운동에 어느 정도 역할 하였는가 하는 문제 등을 체계적으로 밝히려 한 것이 「한국의 개화 사상」이며, 따라서 그것은 저자가 지금까지 계속 추구해온 우리 근대 사상의 「주체적이고 내재적인 발전 과정」을 총정리한 책이기도 하다.
우리 근대사상사를 이해함에 있어서 실학의 정치 사상 문제, 실학과 동학 사상과의 문제, 개화 사상의 국민 혁명성 문제 등이 좀더 철저히 따져져야겠지만, 「한국 철학사」는 물론 「한국 사상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을 제대로 가지지 못한 지금의 실정에서 「한국의 개화 사상」은 우리 근대사상사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
특히 성리학 이후 무엇이 우리 사상계를 주도하였는가 하는 의문을 가진 지식인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비봉 출판사 간·국판·438페이지·4천5백원> 강만길 (전 고대 교수·국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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