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온실가스 30% 감축은 유지 "결국 다음 정부에 폭탄 넘기는 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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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경제관계장관회의 결과는 환경부문과 산업부문이 하나씩 주고받는 모양새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예정대로,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연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전반적으로 후퇴했음이 드러난다.

 배출권 거래제의 경우 10% 덜 감축하기로 했기 때문에 시행 시기를 늦추는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감축률 축소와 발전부문 추가 완화로 2015~2017년 1차 감축계획기간 중의 배출량은 4월의 초안 때보다 5800만t 늘어나게 됐다. 5800만t은 3년간 산업계 전체가 감축하기로 한 양의 48%이고 국민 전체 감축량의 18%다. 당초 정부의 감축 로드맵에 따르면 올해부터 배출량 절대수치가 감소하게 돼 있었다. 하지만 이번 완화 조치로 2015년 배출량은 2013~2014년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당초 일정보다 2년 정도 늦어지는 셈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30%를 줄인다는 ‘국가 감축목표’는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BAU는 별다른 감축 노력을 하지 않았을 때 배출량이다. 국가 감축목표는 그대로 둔 채 3년 동안 감축량을 줄이면 2차 감축기간(2018~2020년)에 기업들은 큰 폭으로 줄이느라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수도 있다.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사무처장은 “현 정부에서 해야 할 의무를 다음 정권에 넘기는 무책임한 정책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배출권 거래제와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의 틀을 만든 이명박 정부는 현 정부로, 현 정부는 다시 다음 정부로 넘기는 이른바 ‘폭탄 돌리기’를 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배출을 줄일 여지가 있는데도 배출권을 과다 할당함으로써 배출권 거래시장의 혼란이 2차, 3차 계획기간까지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가격 안정화를 위해 배출권 기준 가격을 1만원으로 설정한 것도 문제다. 안 소장은 “배출권 가격이 낮게 유지되면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등한시해 거래제의 근본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저탄소차 협력금제 연기와 관련해 환경단체 등에서는 “제도를 아예 폐기하는 것 아니냐”며 반발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강광규 박사는 “저탄소 협력금 제도가 없다면 운송 부문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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