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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채석장에 청록빛 호수, 조각 동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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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포천시 신북면 ‘포천아트밸리’의 야경. 돌을 떼어낸 옛 채석장 암벽을 다듬어 병풍같은 화강암 절벽을 만들었고, 그 앞에는 청록색 호수를 꾸몄다. 호수에는 1급수에서만 사는 가재·도롱뇽 등이 있다. [사진 포천시]

영락없이 폭격맞은 바위산의 모습이었다. 군데군데 커다란 돌덩이가 굴러다니고 돌가루가 날렸다. 7, 8년 전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천주산이 이랬다. 당시 이곳은 문을 닫은 채석장이었다.

 일요일인 지난달 31일 오후 같은 장소. 100여 명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위로 올라가는 모노레일을 기다리는 줄이다. 모노레일을 타고 조금 올라가자 모두들 탄성을 내질렀다. 청록빛 호수와 병풍 둘러친 듯 그 뒤로 선 50~80m 바위 절벽을 보고 뱉은 탄성이었다.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다. 아무도 찾지 않던 폐 채석장이 주말이면 하루 수천 명이 찾는 예술과 힐링 명소가 됐다. 복합문화예술공간 ‘포천아트밸리’ 얘기다. 최근엔 천문대까지 문을 열면서 방문객이 더 늘고 있다.

 이곳은 원래 ‘포천석’이란 돌을 채취하는 곳이었다. 흰색 바탕에 검은 점이 촘촘히 박힌, 독특한 화강암이다. 단단하고 무늬가 아름다운 포천석은 청와대·국회의사당·인천국제공항에도 쓰였다. 1971년 문을 열었던 채석장은 포천석이 바닥나면서 2002년 문을 닫았다. 그러곤 방치됐다.

 변신 계획이 세워진 건 2006년이었다. 포천시는 17만8357㎡ 부지에 굴러다니던 돌을 이용해 조각공원을 만들고, 경관을 잘 꾸며 관광명소로 만들기로 했다. ‘인공으로 꾸민 자연속에서 예술을 체험하는 공간’을 만들려는 것이었다.

① 아트밸리를 달리는 모노레일. ② 돌 조각 공원. ③ 7월 문을 연 천문대. [사진 아트밸리 홈페이지]

 바위 절벽 앞 바닥에서 솟아난 물을 모아 면적 7040㎡짜리 인공호수를 만들었다. 산의 이름을 따 ‘천주호’라 불렀다. 최대 수심 20m인 이 호수엔 1급수 맑은 물에 가재와 도롱뇽이 산다. 모노레일을 설치하고 천주호 풍광을 만끽할 수 있는 전망대를 세웠다. 예정대로 돌 조각공원을 만들고, 음악 공연용 야외무대를 꾸며 2009년 10월 문을 열었다. 야외무대는 주변의 석벽이 울림판 역할을 하도록 설계됐다. 전통 한지 공예 같은 각종 예술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처음엔 뜸하던 발길이 조금씩 늘었다. 최근 1, 2년 새 힐링 열풍이 불면서 찾는 발길이 더 잦아졌다. “조용한 호수와 예술 작품들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입소문이 돌면서다. 지난달 31일 이곳을 방문한 김덕수(43·서울 방배동)씨는 “인공호수 역시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포천아트밸리는 올 7월말로 누적 방문객이 100만 명에 이르렀다. 7월 중순에 공립천문대가 문을 열면서부터는 방문객이 더 늘고 있다. 애초부터 가족단위 방문객을 끌어들이려고 만든 천문대다. 포천시 조대룡 아트밸리시설팀장은 “천문대가 문을 연 뒤 방문객이 전년에 비해 60%쯤 늘었다”고 말했다.

 서장원 포천시장은 “휴전선에서 머지 않은 이곳을 ‘평화통일 염원의 장’으로도 꾸미겠다”고 밝혔다. 평화통일을 상징하는 초대형 조각상을 아트밸리 제일 윗부분에 세우겠다는 것이다. 포천시는 또 이곳의 성공에 힘입어 관내 11개 폐 채석장 역시 문화예술창작 공간으로 재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는 주말 주차난 해소를 위해 주차장 증설을 추진중이다. 입장료는 어른 3000원, 어린이 1000원이다. 모노레일 왕복이용료는 어른 4500원, 어린이 2500원이다.

포천=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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