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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얼빠진 군, 사령관이 근무지 이탈해 만취하다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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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신현돈 육군 1군사령관(대장)이 군사 대비태세 강화 기간에 근무지를 이탈해 과도한 음주를 한 사실이 적발돼 전격 경질됐다. 신 사령관은 지난 6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중앙아시아를 순방 중이어서 군에 특별 경계태세가 내려졌는데도 청주의 모교 고교를 방문해 안보 강연을 한 뒤 동창생들과 술을 마신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군복 차림으로 만취한 상태에서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 들어가는 장면이 민간인에게 목격됐으며, 그 과정에서 수행 요원과 민간인 간에 실랑이도 일어났다고 한다.

 1군사령관은 동부전선 전체의 방어를 책임진다. 24시간 대비태세를 유지해야 하는 자리다. 그런데도 어떻게 대통령 해외 순방 중에 작전 지역을 이탈해 만취 상태가 됐단 말인가. 육군 대장의 나사 풀린 복무 자세에 말문이 막힐 뿐이다. 군사령관이 이런 정신상태니 예하 부대의 기강이 제대로 설 수가 없다. 신 사령관 근무 지역 이탈 이틀 후 예하 22사단에서 총기 난사사건이 일어난 데 대해 군 당국은 뭐라 할 것인가. 병영의 고질적 폭력 문화나 초급 간부의 리더십 문제에 앞서 고위 장성들의 정신 무장 상태부터 점검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올 만하다.

 군 당국이 신 사령관의 규정 위반 사실을 적발하고도 뒤늦게 전역 조치를 취하면서 은폐 의혹도 불거져 나오고 있다. 신 사령관 경질은 본인의 전역 지원서 제출을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사안의 성격상 사실이 확인된 시점에 경질하는 게 옳다. 그런데도 미적미적하다가 관련 사실이 퍼져 나가자 전역 절차를 밟은 것은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고위 장성에 이런 방식을 취하고선 병영 폭력 등에 대해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하겠다고 하면 누가 믿겠는가.

 군은 지금 국민의 불신, 군기 문란 사건으로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뼈를 깎는 각오로 거듭나는 노력을 해도 시원치 않은 상황이다. 군 혁신은 위로부터의 의식 개혁과 체질 개선에서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