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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딛고 발돋움한 신흥기업들의 면모|남들이 움츠릴 때 뛴 재계의 신예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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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재계의 스타가 되려면 「불황일수록 투자하라」는 말이 있다. 꽉 짜인 재계서열을 비집고 올라서려면 남들이 자금난 등으로 움츠릴때 기회를 포착, 과감한 투자를 해야 경기회복의 물결을 만끽할 수 있다는 말이다. 대우가 기반을 잡은것도 71년 불황으로 모두가 움츠릴때 옆 라이벌 공장까지도 마저사 과감한 투자를 한 것이 73년의 섬유경기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란 신화가 있다. 그러나 불황때의 투자는 그만큼 위험(리스크)을 감수해야 한다. 최근의 장기 불황속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몇몇 신예 기업들이 있다.
건설의 정우개발과 광명건설, 례저의 명성, 무역의 금문이 바로 그들이다. 또 화성제지와 일성신약도 한일은행주식을 대량매입하여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이들 신흥기업들의 전도는 아직 미지수.
기존기업그룹들에 비해선 여러 가지 면에서 아직 뒤떨어지지만 온 세상이 불황으로 위축되어있는데 이들만 요란스럽게 일을 벌인다는데서 더욱 눈에 띄는 것이다.
한때 신흥재벌로까지 부상하는 듯 했던 율산이나 제세·대봉등의 쓰라린 교훈을 상기시키는 재계원로도 있다.
이들이 대우와 같은 신화를 만들어내느냐 율산과 같은 포말기업의 전철을 밟을 것이냐는 아직 미지수. 재벌에의 길은 험난한 장정이기 때문이다.
◇정우개발
65년5월에 건설업면허를 딴 비교적 뿌리가 있는 기업. 재계의 화제를 모은 것은 최근 2,3년전부터. 인맥이 초점이었다.
기업주 민석원씨(50)는 육사출신으로 학장직을 맡고 있다. 이 회사 회장으로 있다 평화통일정책자문회의로 옮긴 김정렬씨는 국방장관 출신이며 박정기씨와 공동대표이사사장직을 맡은 안교덕씨는 국회로 진출했다.
올해 도급순위는 28위(포장은 14위)로 작년의 21위에서 다소 밀렸다 (79년 23위). 해외건설부진이 이유. 도급한도액은 5백18억원이며 80년말 현재 불임자본금은 95억원. 주가가 상승세를 지속하는 편. 민회장은 육사 11기. 부지런하기로 소문나 있다.
◇광명건설
대구를 중심으로 한 영남지방에서 사세를 확장하던 광명이 서울에도 진출, 눈길을 끌고있다. 광명건설 광명주택 광명임업 광명상호신용금고 등 4개의 회사가 이수왕회장(36)의 지휘를 받고 있다.
광명건설은 79년 도급순위 2백68위에 불과 했으나 이회장이 인수한 후 80년에는 1백18위로 뛰어올랐으며 올해는 또 65위로 비약했다. 올 도급한도액은 1백2억원이며 80년말 현재 불입자본금은 8억원.
가업으로 물려받은 임업으로부터 출발한 이씨는 서울중앙고와 한양대경영학과를 졸업(68년)한 36세의 소공. 광명은 서울의 금싸라기땅인 종로낙산장의 땅 2천5백평을 확보, 62∼68평의 전원주택을 지을 계획이다. 낙산장의 타운하우스가 서울진출의 첫 작품.
◇명성그룹
지난달 국내 영자지에 디즈닐랜드와 62층 해상호텔설립을 구상중이라는 4페이지에 달하는 컬러전면광고를 내면서 화제에 올랐다. 주력회사는 명성컨트리콜럽(골프장)으로 경기도 용인에 65만평규모의 땅을 확보하고 있다.
작년8월에 개장한 이 골프장 외에도 명성관광 남대평양관광 남대평양레저타운 명성전자 현대미건 현대중건 금강개발 등 모두 14개의 계열회사가 있다.
이그룹 회장 김철호씨는 한양대공대를 졸업한 43세의 소장실업인으로 산하 14개기업의 사장자리를 모두 공석으로 두고 직접 업무를 통괄하는 이색경영을 하고 있다.
이회장은 강동구 둔촌동에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중흥교회장로인데 이 회사에는 종교인들이 많다. 한때 문선명씨와 연관이 있다는 설이 있었으나 정작 본인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펄쩍 뛴다. 설악산 일대의 52만평에 콘도미니엄 등 종합관광레저타운을 건설 중.
◇금문
78년6월 자본금 5천만원의 단종건설업 (위생 및 냉난방분야) 으로 출발한 금문은 올해 1억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리겠다고 열의가 대단하다. 6월 20일 현재 수출실적은 약 3천만달러.
금문의 현재 불입자본금은 4억원이며 유보된 잉여금이 5억여원에 달한다고. 금문이 재계에서 첫 주목을 받은 것은 작년 10월 인도에 6백50만달러 상당의 시멘트 수출계약을 맺고부터.
이 회사의 수출품목은 시멘트와 비료, 불황으로 재고가 쌍인 두 품목을 주로 중동 및 인도지역으로 수출한다.
5월에는 유명구두점「케리부룩」을 인수하기도 한 금문은 멕시코원유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 8월쯤에는 깜짝 놀랄만한일이 있을 것이라고.
이 회사 중역진들은 한결같이 『금문은 젊은 사람들이 맨주먹으로 회사를 일으켰으며 기업다운기업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사심 없이 일하고있다』고 강조한다. 또 『금문은 외형적으르 괄목할만한 성장은 했지만 화제가 될만한 기업은 아니라며 신문에 나면 소리나는 기업으로 오해받을 가능성이 있으니 될 수 있는대로 가만 두어달라』고 무척 겸손해한다.
사장 김종욱씨는 청주고를 졸업한 세무공무원출신으로 36세의 소장. 김씨 뒤에 회장 이병국씨(46)가 있으나 앞에 나서기를 꺼린다.
서울용산시외버스 터미널 맞은 편에 대지3백평·건평6백평 규모의 6층짜리 금문빌딩을 갖고 있다. 계열기업으로는 단종건설업체인 금문기계와 케리부룩이 있다.
◇화성제지
한일은행주식 공모에서 무명의 화성제지가 2백25만주 (27역5천만원상당)을 매입, 주목을 끌었다.
이 회사는 이 밖에도 그 동안 한일은행 주식을 꾸준히 모아 왔는데 총 소유주식은 3백여만주 상당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화성은 반월공단에 있는 골판지 메이커. 74년4월에 창립한 이 회사의 자본금은 8억원이며 80년도 매출액은 35억원.
사장 이영철씨는 성균관대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금성사와 제지회사 등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데 74년께 화성제지와 화성산업 해안기계를 세웠다. <박병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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