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는「외화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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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해외여행·유학·취업·이민등에 대한 지금까지의 규제를 대폭 풀고 자유화시키는 내용의「해외진출확대방안」은 지금까지 높기만하던 해외여행문턱을 낮추어 출입을 자유롭게 하자는 획기적인 작업이다.
지금까지 정부의 정책은 안보와 국제수지상의 문제, 국민상호간의 위화감조성등을 우려해 해외여행등울 될수 있는대로 억제하고 제한하는 폐쇄적인 방향에서 소극적으로 운영되어 왔다. 따라서 해외여행이나 유학등은 자연히 일부 계층·소수에만 기회가 허용되고 대부분 국민에게는 쉽게 넘을수 없는 문턱이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국제화와 개방이란 시대적 추세에따라 더 이상의 폐쇄정책을 고집할 수는 없게됐다.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국제무대에 뛰어들 때가 왔다고 정부도 판단하게됐다.
확대에 따른 부정적인 요인보다는 자유로운 여행과 유학등을 통해 세계수준의 학문과 기술을 배우고 국제협력을 넓히며 해외취업의 기회를 확대하는것이 국가발전과 국력신장에 유익하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게 된것이다.
해외여행을 보면 지금까지 방문여행의 경우 3등친이내의 초청에 의해서만 가능했고 부부동시여행등은 규제대상이었다. 상용여권도 일정액이상의 수출질적이있어야만 가능했었다.
이같은 규제때문에 위장여행·변태해외관광등이 발생하는가 하면 신설기업체가 해외진출에 곤란을 겪은것도 다아는 사실이다. 특히 단수여권의 경우 재사용이불가능하기때문에 재차출국때 새로이 여권을 내야하는등 시간과 경비, 행정력의 낭비도 컸다.
이번 확대방안은 해외여행의 규제를 모두 풀자는 방향으로 추진되었다. 구체적으로는 단·복수여권구분을 없애고 관광여행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신원조회기간등을 단축하는 방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해외여행이 확대될경우가장 문제가 되는것은 외화사정이나 80년 한해동안 해외여행경비로 지출한 외화는 3억3천4백만달러였다. 따라서 앞으로 여행을 자유화할 경우 소요 외화가 얼마나 들지 구체적인 데이터를 추출해 외화사정에 맞추어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해외취업의 경우 그동안 진출조건을 외국업체의 경우 기본급최저선을 4백달러로 묶고 계약기간도 1년으로 한정하는등 까다롭게 규제했다.
또 복잡한 절차탓으로 적시에 적량의 인력이나가지 못해 외국인에게 일자리를 빼앗기는 경우도 허다했다.
80년 한해동안취업으로 나간 근로자는 모두14만6천4백명으로 해외진출 총수의 43.2%를차지했다.
특히 이들이벌어들인 돈은 80년한해동안 12억9천2백만달러로 1인담 연가득액은 8천8백25달러에 달했다. 이같은 성과에 비추어 정부는 취업의 규제조합을 철폐하고 모집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는등 대폭 완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있다.
어민에 있어서는 그동안 남미의 이민정책실패로 77년5월 남미이민제한조치를 취한 사태도 있었고 대상자에 있어서도 고액재산소유자, 고위공직자등에게는 이민을 제한하는등 될수 있는 대로나가지 못하도록 묵어 놓았었다. 특히 출국소지금을 7천달리밖에 허용하지 않아 해외에 나가 정착하기가 어려웠던것도 사실이다. 이같은 규제로 자연히 국내 재산을 불법으로 반출해 나가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정부로서는 이민의 경우 상봉국이 있는만큼 상대국에 대한 신뢰회복이 급선무라는 취지에서 이미 간명기 보사부장관을 중남미국가에 파견해 이민확대를위한 교섭까지벌였었다.
정부는 이민생업자금을 10만달러까지 지원할수 있게하고 재산반출도 최고10만달리까지 허용한다는 방침을 이미 발표했다.
정부통계에 따르면 62년부터 80년까지 세계70여개국에 걸쳐 모두 41만6천여명이 이민을 갔다.
이중 미국이 33만4천여명으로전체의 80.3%를 차지하고 있다. 80년한해만도 이민총수는 3만7천5백여명에 달했다.
따라서 이들을 5인가족으로 계산해 1년에 7천여가구가 나갔다고 가정할때 모든 가구가 평균5만달러씩 가지고나간다면 한해에 3억5천만달러의 외화가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셈이된다.
이돈은 해외근로자가 작년한해동안 벌어들인 외대의 27.1에해당된다. 따라서 재산반출에 있어서는 세심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할것같다.
지금까지 유학은 대학2년이상수료와 유학시험등으로 대상자를 제한해왔다. 정부는 앞으로 병역관계에 문제가 없으면 누구나 외국유학을 갈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정해놓고 있다.
6·25사변후인 53년이후 80년까지 유학생총수는 1만8천6백여명이었고 이중 미국유학이 1만5천3백여명으로 전체의 82%를 차지했다. 그러나 유학의 조건이 까다로와 70년의 경우 유학생의 비율이 전체해외진출자의0.8%이던것이 80년에는 오히려 0.7%로 떨어지는 현상을보였다.
정부로서는 현재 대학2년의 하한선을 더 낮추고 병역문제도 현국방력을 유지하는 선에서 완화할것을 검토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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