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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맞은 안전기획부1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가안전기획부가 중앙정보부란 이름으로 창설된 지 10일로써 꼭 20주년이 된다.
새시대의 요청에 따라 그 기능을 조정, 「안기부」로 명칭을 바꾼지도 반년 째로 접어 들었다.
5·16혁명과 더불어 발족된 「중정」은 그동안 국가안보의 측면에서 괄목할만한 기여를 해왔다. 북괴대남공작의 사전분쇄를 비롯해서 내란음모의 적발, 해외정보수집활동 등 국익보호에 크게 공헌했음은 쉽게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반면 방대한 기구운영으로 때로는 적폐가 생기고 본연의 자리를 벗어나 국가의 모든 사안에 간여함으로써 안팎으로 물의를 빚어온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일부 몰지각한 요원은 정보부의 권능을 사물로 삼는 등 갖가지 비위를 저질러 원성의 대상이 되었던 지난 일을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과거의 중앙정보부가 대공업무에 많은 성과를 올리면서도 국민의 신망이 두텁지 못했던 까닭은 이런 부정적 요소 때문이었다.
지난해에 단행된 정보부 개편은 말하자면 이 같은 역기능을 청산하는 파격적인 조치였다. 국가안보의 중추기구로서 재출발을 위해 대공 및 해외정보부문 중심으로 조직을 정비하고 명칭마저 국가안전기획부로 바꾼 것이다.
현대국가에서 국가의 안전을 수호할 정보기구가 필수적이라는 것은 하나의 상식이다. 산업사회가 고도화하면 할수록 정보경쟁은 치열해지기 마련이며 국가간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국가간의 정보경쟁에서 뒤질 때 그 나라의 안보가 위태롭다는 사실은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북괴의 부단한 위협과 함께 적화책동과 첩자의 침투, 고정간첩의 잠복속에 있는 분단국가에서 고도로 효율적인 정보기구는 여간 절실하지 않다.
정보기구가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못해 북괴와의 경쟁에서 뒤진다면 그것은 우리의 안위와 직결되는 중대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정보부가 창설이래 수행해온바 국가안보를 위한 기능이나 역할은 앞으로도 더욱 제고되고 효율화해야 할 것이며 축소되거나 등한시 될 일은 결코 아니다.
지난날 중정의 여러가지 부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국가안보를 위해 기여한 공로를 평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느 기관이건 공이 있으면 과도 있게 마련이다. 과오가 많다고 해서 끼친바 공로에 대한 평가마저 외면할 수는 없다. 그것은 사리를 올바로 판단하는 자세라고 할 수는 없다.
더우기 안전기획부는 기구 개편 이후 새로운 면모를 보이려는 두드러진 노력을 해왔다. 정보기관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과 해서는 안될 일의 한계를 엄격히 가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자세는 바람직한 일이며 앞으로도 이 기관의 보든 요원들은 그런 책무를 지녀야한다.
물론 제도상의 기능조정으로 지난날처럼 정부와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해 간섭하는 일은 당연히 없어졌지만 국가안보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대공정보활동에는 종래보다도 더욱 확고하고 엄격하게 대처해 나가야할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발족이래 정보부가 내세운 모토는『음지에서 일하면서 양지를 지향한다』 는 것이었다.
성년을 맞은 안전기획부에 대해 각별한 당부가 있다면 이러한 좌우명을 성실히 이행해 달라는 것이다.
이상적인 정보기관이란 궁극적으로 공기와 같은 존재여야 한다. 공기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것없이 잠시도 살수 없는 필요한 존재다. 정보기관이 공기와 같은 존재인가, 「차가운 바람」과 같은 존재인가에 따라 국민의 이 기구에 대한 신뢰나 평가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안전기획부의 성년을 축하하면서 맡은바 가장 중요한 임무인 대공업무의 수행능력을 강화, 국민의 신망을 모으는데 최선을 다해주길 기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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